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일 파리 엘리제 궁에서 이스포츠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러시아에 굴욕감을 줘선 안 된다”고 말하자, 우크라이나가 “그런 말이야말로 굴욕적”이라고 발끈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4일(현지시각) 실린 프랑스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러시아에 굴욕감을 줘서는 안 된다. 그래야 싸움이 멈춘 날 외교적 수단으로 출구를 만들 수 있다”며 “나는 프랑스가 중재자 구실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외교장관 드미트로 클레바는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굴욕을 느끼지 않도록 하자는 건 그런 말을 하는 프랑스와 같은 나라들을 굴욕적으로 만들 뿐”이라고 맞받아쳤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러시아를 굴욕스럽게 만든 건 러시아 자신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 러시아를 어떻게 제자리로 돌려놓을지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좋다”며 “이것이 평화를 가져오고 삶을 지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종종 전화 통화를 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을 촉구하는 등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일부 더 강경한 동유럽 국가와 발트해 국가들로부터 “푸틴의 입지를 강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마크롱 대통령은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이에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12월부터 푸틴 대통령과 자신이 대화한 횟수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대체로 100시간이 넘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러시아인들은 여전히 위대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자신을 고립시켰다“며 “나는 ‘그가 러시아 국민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역사적이고 중요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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