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조사위 밝혀
1981년 교황 요한바오로 2세 저격은 옛 소련 지도부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이탈리아 의회 조사위원회가 밝혔다.
조사위는 “소련 지도부가 교황을 제거하기로 마음먹고 이를 군 정보기관에 지시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소련은 불가리아 정보기관과 협조해, 1981년 5월 무개차를 타고 로마의 성베드로광장을 지나던 교황을 터키인 메메트 알리 아자가 저격하게 했다는 게 최종 조사의 결과다.
조사위는 소련이 폴란드 출신인 요한 바오로 2세의 자유노조운동 지지에 위협을 느껴, 일을 꾸몄다고 설명했다. 암살 공모 혐의로 붙잡혔다가 풀려난 불가리아인이 사건 발생 시간에 광장에 있었던 게 사진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해외정보국 대변인은 이에 “소련이 개입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부인했다. 공모자로 지목된 불가리아인 세르게이 안토노프의 변호인은 “사진 속 인물은 미국인 관광객으로 판명났다”고 말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당시 아자가 쏜 총탄 3발을 맞아 중태에 빠졌었다. 배후에 대해 입을 열지 않은 아자는 2000년 사면을 받아 터키로 송환됐지만 1979년에 좌파 언론인을 살해한 죄로 다시 수감됐다. 그는 사건 뒤 2년만에 교도소로 찾아와 자신을 용서한 요한 바오로 2세를 이은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만나고 싶다고 최근 말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총선을 한 달 앞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정적들을 공산주의자라고 몰아붙이는 일이 잦다며, 조사위 위원장이 그의 측근이라는 점 등을 들어 조사 결과의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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