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략 폭격기 투폴레프-95가 이륙하는 모습이 담긴 러시아 국방부 공개 동영상 중 일부 화면. 로이터 연합뉴스
핵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러시아 전략 폭격기가 미국 알래스카 인근으로 접근해 미군 전투기가 출격하는 일이 일어났다.
미국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18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17일 알래스카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해 작전을 하는 러시아 투폴레프-95 폭격기 2대를 탐지하고 추적해 식별했다. F-16 전투기 2대가 발진해 아직 국제 공역에 있던 러시아 비행기를 차단해 미국과 캐나다 영공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방공식별구역은 타국 비행기 영공 침입을 막기 위해 각국이 설정하는 하늘의 영역이다. 북미항공방위우주사령부는 “최근 북미 방공식별구역에서 러시아의 활동은 위협이나 도발 행위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투폴레프-95는 항속거리가 1만5000㎞에 이르는 장거리 폭격기로 핵 미사일도 발사할 수 있다.
러시아 국방부도 18일 성명을 내어 “투폴레프-95MS 전략폭격기 2대가 태평양과 베링해 그리고 오호츠크해의 공해에서 예정됐던 비행을 했다”고 밝혔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비행시간은 총 12시간이었고 태평양 비행단 소속 미그-31 전투기가 비행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투폴레프-95MS 비행기 승무원들은 비행 중 급유를 받는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전략 폭격기의 알래스카 인근 비행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서방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 눈길을 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 자포리자주, 헤르손주)에 대한 합병 선언 때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토를 지킬 것”이라고 말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역시 17일부터 연례 핵억제훈련인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을 시작했다. 이 훈련에는 회원국 공군 전투기가 유럽 내 미군 기지에 보관된 전술핵을 싣고 운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러시아는 ‘스테드패스트 눈’ 훈련을 앞둔 지난 1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야르스’와 병력 3000여명을 동원한 훈련을 벌였다. 러시아는 해마다 10월 말 핵 훈련인 ‘그롬’(우뢰)을 실시하는데, 올해는 2월말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이 훈련을 진행했다. 이달에 다시 훈련을 할지는 발표되지 않았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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