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뉴질랜드 스카우트에 지원자 대거 몰려
거친 근무환경에 지친 영국 경찰관들이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는 ‘엑소더스’가 벌어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텔레그래프>가 5일 보도했다.
경찰 인력 확충에 나선 뉴질랜드는 지난해 8월 영국 경찰 2700여 명에게 전자우편으로 스카우트를 제의해, 100명 모집에 1038명이 몰렸다. 여기서 뽑힌 이들은 다음달 뉴질랜드 경찰복으로 갈아입는다.
지난달 오스트레일리아 경찰이 210명을 나라 밖에서 뽑는다고 공고를 내자, 1600여 명이 몰렸다. 이 중 절반이 영국 경찰관들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1월에도 700여 명의 영국 경찰 지원자들 중 42명을 선발했다.
영국 경찰관들이 떠나는 것은 월급 문제가 아니다. 뉴질랜드 경찰은 영국보다 더 적게 버는 데다, 뉴질랜드로 가면 계급을 낮춰야 한다. 대신 승진이 빠르고, 물가가 싸다.
이민을 부추기는 주범은 영국의 위험한 치안 상황이다. 영국에서 18년 간 경찰 생활을 하고 2003년 뉴질랜드 경찰관이 된 믹 우즈는 “난동을 일삼는 범죄자들한테 신물이 났다”며 “뉴질랜드에서는 어딜 가나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고, 범죄자들도 고분고분하다”고 말했다. 영국 경찰 지휘부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도덕적 해이’라는 불평이 나오고, 숙련 인력 유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