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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EU-튀니지, ‘돈-이주민 단속’ 맞교환…효과 의문, 인권침해 논란

등록 2023-07-17 13:35수정 2023-07-17 13:45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대통령(왼쪽부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유럽위원회) 위원장,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16일(현지시각) 나란히 튀니지의 카르타고 대통령궁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튀니지 대통령실 제공. AP 연합뉴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대통령(왼쪽부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유럽위원회) 위원장,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16일(현지시각) 나란히 튀니지의 카르타고 대통령궁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튀니지 대통령실 제공. AP 연합뉴스

유럽연합(EU)과 튀니지가 지중해를 건너는 이주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 지원과 이주민 단속 강화를 맞바꾸는 합의를 했다. 그러나 단속 강화로 이주민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유럽위원회) 위원장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17일(현지시각) 튀니지의 카르타고 대통령궁에서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과 만나, 아프리카 이주민 문제 해결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밀입국자 범죄조직을 소탕할 필요가 있다”며 튀니지와의 공조가 “국제법을 존중하며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양해각서에 이어 구속력 있는 협정이 곧 뒤따르길 기대한다”며 유럽연합과 튀니지 사이에 좀 더 협의해야 할 내용이 남아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또 “튀니지는 가능한 한 빨리 양해각서에서 합의된 내용을 이행할 의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튀니지의 최근 경제사정 악화로 이주민 문제를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온 이주민은 올 들어 벌써 7만5000명이 넘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많은 수치이다.

이번 합의안에는 튀니지의 국경관리 능력을 높이기 위한 유럽의 장비와 훈련 및 기술 지원이 들어있다. 또 유럽에 불법 체류 중인 튀니지인의 귀국을 촉진하고, 또 유럽으로 가려고 튀니지에 온 이주민들을 본국으로 되돌려보내려는 노력도 기울이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튀니지를 방문해 튀니지에 경제 지원과 국경관리 강화를 위해 10억 유로(1조4210억원)를 제공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지원금 대부분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개혁안과 연동되어 있어, 당장 튀니지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제한되어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이번에 유럽연합은 튀니지가 국제통화기금과 개혁안에 합의할 때까지 1억5000유로(2129억원)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또 유럽연합은 튀니지에 교역과 투자 확대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이주민에 대한 인권 침해로 비판받고 있는 튀니지 당국에 면죄부를 주는 격이라는 비판이 인권단체로부터 나오고 있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사하라 남부 출신 아프리카인들이 들어와 튀니지의 인구 구성을 바꾸려 하고 있다”며 거듭 주장해, 인종주의 폭력을 조장해온 인물이다.

튀니지 당국은 이달 초에는 사하라 남부 출신 아프리카인 500~700명을 리비아와의 국경 지역으로 강제 이송한 뒤 음식이나 물, 의료품도 주지 않고 방치했다. 튀니지 당국은 이들이 튀니지 주민과 충돌하자 이들을 대거 체포했다. 지역 언론은 이 과정에서 이주민 30여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합의가 북아프리카의 다른 나라들과 비슷한 협정을 맺기 위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이처럼 돈과 단속 강화를 맞바꾸는 방식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구호위원회(IRC)의 이모겐 수드베리는 “제3국의 치안과 국경통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이주민을 못 막는다. 단지 유럽으로 오려는 사람들이 단속의 눈을 피하기 위해 더욱 위험한 길을 가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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