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불법이민자 경제가치 102억달러…합법화하면 세수 17억달러 늘어”
인디펜던트 보도
인디펜던트 보도
“영국의 불법이민자를 모두 합법화하면 연간 10억파운드(17억달러)의 세수가 늘어난다. 반면, 이들을 모두 추방하려면 47억파운드(80억달러)를 쏟아부어야 한다. 그런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불법이민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 <인디펜던트>가 불법이민자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고 나섰다. 신문은 31일 ‘우리가 결코 말하지 않는 사실들’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31만~57만명으로 추산되는 불법이민자를 합법화하는 게 오히려 영국 경제에 이익이라는 좌파 성향 싱크탱크 공공정책연구소(IPPR)의 보고서를 소개했다.
공공정책연구소는 합법화된 불법이민자의 경제적 가치를 60억파운드(102억달러)로 추산했다. 300개의 학교를 새로 짓고, 20만만명의 간호사를 고용할 수 있는 액수다. 이들은 또 해마다 10억파운드(17억달러)의 세수를 증대시킨다. 합법 이민자 1명은 평균 7203파운드(1만2245달러)의 세금을 내는데, 이는 비이민 노동자의 6861파운드(1만1357달러)보다도 오히려 많다.
공공정책연구소는 영국의 불법이민자를 모두 추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닉 피어스 소장은 “이들을 모두 추방하려면 47억파운드(80억달러)를 쏟아부어야 한다”며 “돈도 돈이지만, 전국을 뒤져 이들을 찾아내 구금하고, 추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민자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불법이민을 더욱 음성화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숙련·전문인력에게 우선순위를 주는 영국의 이민정책이 오히려 미숙련·비전문인력의 불법이민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불법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는 정책도, 거꾸로 불법이민자를 미국에 묶어두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에서도 최근 불법이민자에 대한 적대감이 커지고 있다. 불법이민자에 대한 공격은 지난해 5만9천여건으로, 전년보다 12%나 늘었다. 특히 허트포드샤이어, 햄프셔, 노스 요크셔 등지에선 인종주의적 성격까지 띠고 있다. 노동운동가 토니 우들리는 “불법이민 노동자들은 노동현장에서 착취당하고 있다”며 “영국인 노동자들은 그들을 ‘식객’으로 괄시하고, 경영자들은 보복의 두려움없이 그들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불법이민자는 대부분 건설·농업·세탁·청소·집수리 등 영국인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들을 도맡아 하고 있다. 런던의 경우 저임 노동자의 90%를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면 영국의 거리는 쓰레기로 넘치고, 술집은 점원을 구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