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선 여론조사서 프로디에 뒤져
경제 낙제점·부패추문에 민심 돌아서
경제 낙제점·부패추문에 민심 돌아서
이탈리아가 9·10일 이틀간 총선 투표에 들어가면서, 부패 추문과 괴팍한 언행으로 이름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사진)의 권력 유지 여부를 둘러싸고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언론들은 ‘어느 당이 승리하나’나 ‘누가 총리가 되느냐’보다는 ‘(문제 인물) 베를루스코니의 쇼를 계속 봐야 하느냐’는 쪽에 보도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2주 전까지 공개된 여론조사들을 보면, 로마노 프로디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연합의 승리 전망이 베를루스코니의 중도우파연합에 견줘 조금 우세한 편이다.
사민당-녹색당-전 공산당세력-가톨릭 중도파가 뭉친 ‘중도좌파연합’이 포르자이탈리아-북부동맹-기독민주연합-국민연합의 ‘중도우파연합’을 3~5%포인트 앞선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기업인 총리’에게 기대했던 경제에서 낙제점을 받은 게 베를루스코니의 실각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경제성장률 0.2%는 유럽연합 꼴찌이다. 기업가들과 가톨릭까지 등을 돌리고 있다. 1년 전 지방선거에서도 중도우파연합은 14개 지역 중 2개만 건졌다.
박빙의 선거전에서 베를루스코니 총리 진영은 2억4천만달러를 들여 그의 이미지 광고를 벌였다. 지난주에는 주택소유세를 없애겠다는 파격적 공약을 내놨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선거전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원색적인 말들을 쏟아냈다.
그는 “마오쩌둥 시대에 중국공산당은 아기를 삶아 비료로 뿌렸다”고 말해 중국의 반발을 샀다. 나폴리에서의 마지막 유세에서는 자신의 정적들이 마오쩌둥과 스탈린, 폴 포트를 숭배한다며, 좌파 중에는 “성직자를 잡아먹는” 세력도 있다고 주장했다.
2차대전 뒤 계속된 기독민주당 지배하의 정치부패에 칼을 댄 ‘마니풀리테(깨끗한 손)’ 운동의 와중에서 불거진 정치혐증을 이용해, 베를루스코니는 1994년 신생정당인 포르자이탈리아를 단 두 달만에 집권당으로 만들고 총리에 앉았다.
북부동맹의 연합 이탈로 226일만에 물러났으나, 그는 2001년 복귀해 사상 최장 총리재임 기록을 세우고 있다.
145개의 방을 둔 별장을 포함해 120억달러의 자산을 지닌 미디어 재벌인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최고 갑부다. 언론과 금력, 정치권력을 한 손에 쥔 그는 잇따른 탈세, 뇌물, 회계조작 사건에도 불구하고 소급입법 등으로 처벌을 피했다.
그의 가족 자산은 그의 임기 동안 3배로 불었다. 언론이 그를 얼마나 자주 비추는지, 남편과 부모 얼굴도 몰라보는 뇌질환 주부가 신문에 난 그의 얼굴만큼은 알아봤다는 사실이 과학저널에 실리기도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