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과 보수당이 오는 5월4일 실시될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색깔 전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영국 집권 노동당이 지난주 선거 캠페인 TV방송에서 자전거를 타고다니며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 만화 캐릭터를 등장시킨 게 싸움의 발단이 됐다.
노동당은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가 청중의 기호에 맞춰 이렇듯 빨강, 노랑, 초록으로 오락가락하는 변신의 귀재라면서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네거티브 전략'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노동당은 이에 아랑곳않고 27일 저녁 `카멜레온 2탄'의 방영을 강행키로 해 또 한차례 회오리를 예고하고 있다.
노동당은 `카멜레온 데이브'라는 이름의 이 `브랜드'를 개발하는데 4만 파운드를 썼는데 영화업계 지지자들이 제작에 큰 몫을 했다는 후문이다.
캐머런 당수는 지난 24일 스카이뉴스 TV에 출연, 반박에 나섰다.
노동당이 자신을 인신 공격하는 `네거티브 전략'에 매달리는 것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내놓을게 없다는 뜻이라고 반격했다.
그는 `카멜레온 광고'에 대해 "한편으로는 재미있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 보면 8년을 집권한 정부가 지방선거에서 할 말이 전혀 없다는 것, 자신의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할게 없다는 것, 그래서 엄청난 돈을 이런 광고에 쏟아붓는다는 것은 절망적일만큼 슬픈 일"이라고 개탄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실제 보수당의 전통색인 파랑을 자꾸 벗어나려 한다는 점이다. `온정적 보수주의'를 내건 보수당은 이번 선거전에서 중도 노선으로 옮겨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때문인지 보수당 웹사이트에도 파랑색이 아닌 하늘색이나, 초록색이 자꾸 등장하는 등 색채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보수당은 환경을 중시하는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들기 위해 아예 `파랑에 투표하고 초록으로 가자(Vote blue go green)'라는 슬로건을 채택했으며, 어느새 캐머런 당수는 넥타이까지 초록색으로 바꾸기도 했다.
캐머런 당수는 이날 TV출연 때도 보수당 주도의 지방의회가 재활용을 더 많이 하고, 깨끗한 거리를 자랑하며, 주민들이 염려하는 이슈를 해결한다면서 보수당의 `환경친화성'을 부각시키기까지 했다.
보수당이 환경문제를 자꾸 띄우자 전통적인 `환경 정당'인 녹색당은 곤혹스러운기색이다. 녹색당 키이츠 테일러 대변인은 "환경친화적으로 변신하려는 캐머런 당수의 노력은 단 한 명도 설득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견제했다.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이 정책은 안보고 넥타이 색깔에 주목한다"고 불평하지만선거에서 포스터, 리본, 브리핑 뒷배경 등 상징색의 파급 효과는 지대하다.
1789년 프랑스 혁명에 기원을 둔 빨강색은 1900년 창설 때부터 영국 노동당의 상징색이었다. 이에 맞서 보수당은 파랑색을 채택했다.
그러나 1990년대들어 유연해진 노동당은 1997년 선거에서 `좌파의 중도화'를 지향하면서 이 빨강색 대신 자주색을 끌어들였으며,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은 "자주는 열정의 색깔"이라고 찬미하기도 했다.
김화영 기자 quintet@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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