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프랑스의 두 총리에 대한 사임 압력이 최고조에 다다랐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라크전에 대한 비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각료들의 잇따른 추문으로 지방선거에서 대패했다. 도미니크 드빌팽 프랑스 총리는 최초고용계약제 파문에 이어 정적에 대한 청부수사 의혹으로 벼랑 끝에 섰다.
지방선거 참패·개각 파열음 블레어, 집권당내 압력고조
지난 4일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에 참패한 블레어 총리는 집권 노동당 안에서도 거센 사임 압력에 직면했다. 노동당은 득표율에서 보수당(40%)과 자유민주당(27%)에 뒤져 3위(26%)로 밀리는 수모를 당했다. 일부 노동당 의원들은 블레어 총리한테 사임 일정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연판장을 이번주에 의원들을 상대로 돌리기로 했다. 이들은 총리가 사임 일정을 제시하지 않으면 노동당 집행위원회의 개입을 요청할 방침이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블레어 총리의 유력한 대안으로 인식돼 왔지만 침묵을 지키던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곧 사임 촉구 대열에 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레어 총리는 선거 다음날 개각을 단행했지만, 파열음만 키우는 꼴이 됐다. 유럽장관에 임명된 제프 훈 전 국방장관은 애초 약속받은 것보다 시원치 않은 자리라며 사임하겠다고 버티기도 했다. 이번 개각에서 24살 연하의 비서와 혼외관계를 맺어 온 존 프레스콧 부총리, 전 남편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한테서 돈을 받아 문제가 된 테사 조웰 문화부 장관 등은 자리를 지켰다. ‘문제 각료’ 가운데선 영국 내무부가 7년여간 살인범 등 외국인 범죄자 1천여명을 국외추방 같은 조처 없이 석방한 것 때문에 비난을 받은 찰스 클라크 전 내무장관만 물러났다.
노동당은 1만9579명의 지방의원 가운데 4360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319석을 잃었고, 보수당은 317석을 더했다. 보수당의 30대 당수 데이비드 캐머런은 “블레어 정부는 통치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26살 미만 젊은이의 해고를 자유롭게 한 최초고용계약제를 도입하려다 저항에 부닥쳐 꼬리를 내린 드빌팽 프랑스 총리는 집권 대중운동연합의 내년 대선 후보 맞수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에 대한 청부조사 의혹이 불거져 집권세력 안팎의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정적’에 대한 뒷조사 의혹 드빌팽 지지율 20%로 ‘뚝’
<르몽드>는 2004년 당시 외무장관이던 드빌팽 총리가 ‘사르코지 장관이 1991년 대만에 프리깃함을 파는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첩보를 가지고 정보기관 간부에게 뒷조사를 지시했다는 내용의 비망록을 지난달 말 공개했다. 그러나 관련 투서는 조작된 내용으로 밝혀졌다. 이달 초 <리베라시옹>의 여론조사에서 드빌팽 총리의 지지율은 20%로, 1992년의 역대 총리 최저 지지율을 불과 2% 웃돌았다.
드빌팽 총리는 그러나 “나는 음모와 거짓말의 희생양”이라며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르몽드>는 지난 5일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사르코지 장관한테 총리직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한 측근은 이를 부인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드빌팽 총리는 그러나 “나는 음모와 거짓말의 희생양”이라며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르몽드>는 지난 5일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사르코지 장관한테 총리직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한 측근은 이를 부인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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