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투표 무효 소송 내기로
분열의 도화선인가, 진정한 화해를 위한 발걸음인가?
역사적, 혈연적, 언어적 차별성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의 한 지방으로 존재해 온 카탈루냐 자치지역 주민들이 18일 투표에서 75%의 찬성으로 과세권, 예산집행 참여, 사법권, 이민제도, 교통인프라 운영 등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특히 카탈루냐에 ‘역사적 국가성’이 있다고 명시했다.
무역과 산업이 번성한 카탈루냐는 공국 등의 형태로 독립성을 유지하기도 하다가 근대에는 에스파냐왕국에 속해 있었다. 1936년 스페인 제2공화국 수립에 따라 얻은 자치권은 곧바로 프랑코 장군의 쿠데타에 짓밟혔다. 프랑코에 맞선 스페인내전의 주무대인 카탈루냐는 고유언어 사용이 금지될 정도로 독자성을 부정당했다. 그러나 프랑코 사후에 다시 자치권을 얻었고, 급진 민족주의자들과 일부 좌파는 독립국가 수립 운동을 벌여 왔다.
주도인 바르셀로나가 올림픽을 개최하는 등 경제적으로 번영한 카탈루냐 주민들은 ‘카탈루냐의 부가 가난한 지방을 먹여살린다’며 중앙정부에 불만을 보여 왔다.
지난해 먼저 중앙정부 의회를 통과한 카탈루냐 자치 강화안은 사회당 정권의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가 주도했다. “분권이 곧 민주주의”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카탈루냐와 비슷한 역사적 길을 걸은 스페인의 바스크지역에서 무장 독립투쟁을 벌여 온 ‘바스크 조국과 자유’가 총을 내려놓은 것도 사파테로 총리의 화해 노선과 관련이 있다.
카탈루냐가 유럽에서 가장 독립성이 큰 자치를 누리게 됨에 따라 역사적, 혈연적 구성이 복잡한 스페인에 분열의 불씨를 당긴 것이라는 반발도 나온다. 카탈루냐에 이웃한 아라곤이나 바스크 등에서 분리독립 움직임이 거세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카탈루냐의 경제적 독립은 중앙정부 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현실적’ 고려도 따라붙는다. 하지만 사파테로 총리는 다른 곳의 자치권도 강화하겠다는 심중을 보이고 있다.
우파 대중당은 즉각 이번 투표를 무효화해 달라는 소송을 헌법재판소에 내겠다고 밝혔다. 사회당 안에서도 반발이 나온다. 투표 참여율이 50%에 불과하고, 완전 독립을 주장하는 세력도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 4월에는 이번 계획에 반발해 국방장관이 사퇴했다. 1월에는 장군 두 명이 “군은 카탈루냐의 자치권 확대 요구를 분쇄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가 사임당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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