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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4 19:06 수정 : 2005.02.24 19:06


△ 독일을 방문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3일 이란·이라크 문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간의 의견차를 조율하기 위해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를 만난 뒤, 부인 로라와 함께 비스바덴에서 주둔 중인 미군병사들을 만나고 있다. 비스바덴/AP 연합

루프트한자 “이착륙 금지로 피해” 손배소 검토

유럽을 방문 중인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23일 9시간 가량 머문 독일 서부 라인란트 지방은 계엄상황을 방불케하는 삼엄한 경비 속에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 반부시 시위와 독일 정부의 과잉조처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부시 대통령 전용기 착륙 때문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1시간여 동안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돼 막대한 손해를 본 항공사 루프트한자가 독일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4일 “부시 대통령이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의 회담을 위해 23일 방문한 마인츠는 독일 역사상 최대규모의 경비작전이 벌어졌다”며 “모든 상점과 학교는 물론 (무한질주의 상징인) 아우토반까지 폐쇄됐으며, 인근 뤼젤하임에 있는 제너럴모터스 자동차 공장까지 가동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경찰 1만여명이 물샐 틈 없이 도시 봉쇄작전에 나선 마인츠에선 이날 부시 대통령 일행의 방문시간 동안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을 포함해 모든 차량의 도심 통행이 금지됐다. 전투기와 헬리콥터, 조기경보기까지 동원돼 ‘공중전’을 벌이는 사이 잠수부들은 라인강변을 이잡듯 뒤지며 폭발물 수색에 나섰다. 거리에 내놓았던 화분과 쓰레기통까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모두 치워졌고, 차량 폭탄공격을 염려한 듯 곳곳에 모래주머니와 대형차량을 동원해 진지가 구축되기도 했다.

〈가디언〉은 한 주민의 말을 따 “도시 전체가 마치 일요일 오전 7시 무렵처럼 한산했으며, 하루 종일 ‘유령의 도시’같은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애초 마인츠의 젊은이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주재 독일대사관 쪽에서 이라크 정책 등과 관련해 적대적인 질문이 나올 수 있다고 전한 뒤 백악관 쪽은 이를 전격 취소했다.

프랑스·스위스·독일 등 이날 유럽 전역을 휩쓴 눈보라로 곳곳에서 항공기 결항사태가 속출한 가운데 부시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1)가 착륙한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극심한 혼란이 벌어졌다. 1시간여 동안 항공기의 활주로 진입 및 이착륙이 금지되면서 92개 항공편의 이륙과 86개 항공편의 착륙이 1시간여 가량 지연됐으며, 이 때문에 1만7천여명의 여행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루프트한자는 77대의 중단거리 항공편을 취소하면서 수백만유로의 금전적인 손실을 입었다고 〈비비시방송〉은 전했다. 이 방송은 마이클 램버티 루프트한자 대변인의 말을 따 “부시 대통령이 항공편 운항이 몰린 시간대에 착륙하면서 혼란이 더욱 커졌다”며 “이로 인한 손실을 보상받기 위해 (항공기 이착륙 금지명령을 내린) 독일 연방정부 관련 부처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날 마인츠시 일대에선 1만2천여명이 모여 ‘부시는 제1의 테러범’, ‘이라크 침략 반대’, ‘부시는 미국으로 돌아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반미시위를 벌였다. 독일 언론들은 “정치적 구호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유례없는 대규모 보안조처와 이로 인한 혼란 및 경제·사회적 손실 때문에 ‘부시 대통령 재선으로 인해 세계가 더욱 불안해졌다’는 주장에 적지 않게 동조하게 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인환 기자, 연합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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