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IA 국제금융통신망 비밀조회 관련
‘국제은행간 금융통신 소사이어티’(SWIFT)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이용자의 국제 금융거래에 관한 비밀정보를 제공한 것과 관련해, 기 베르호프스타트 벨기에 총리가 자국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국제은행간 금융통신 소사이어티’는 1973년 벨기에에 설립돼 77년부터 가동되고 있는 은행간 협동조합 형식의 정보통신망으로, 지난주 미국 정부는 9·11 이후 테러 조직들의 자금을 추적한다는 명분으로 수시로 통신망을 조회해 온 사실을 시인했다.
벨기에 언론들은, 베르호프스타트 총리가 26일 연방 법무부에 ‘국제은행간 금융통신 소사이어티’에서 벨기에 판사의 승인을 받지 않고 미국 당국에 금융거래 정보 조회를 허용한 것이 불법인지를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정부 대변인인 디디에 세우스도 “미국 공무원이 벨기에 판사의 허락 없이 개인금융거래 정보를 조회하는 것이 적법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로레트 옹켈링스 벨기에 법무장관이 미국의 금융전산망 조회활동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벨기에 언론들은 전했다. 벨기에 관련법에는 이용자의 금융거래 비밀정보를 외부에 유출할 경우 법원의 허락을 거치도록 돼 있다.
반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5일 미국 정부가 테러 조사를 명분으로 국제금융 전산망을 수시로 조회한 것이 사생활 침해 등 관련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가리기 위한 조사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수석대변인인 요하네스 라이텐베르거는 “조회가 합법적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회원국 정부의 몫”이라며 “금융거래 정보를 25개 회원국 밖으로 이전하는 것에 관한 유럽연합 법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22일 미국 중앙정보국이 9·11 테러 몇 주 뒤부터 재무부의 감독 아래 ‘국제은행간 금융통신 소사이어티’의 기록에 접근해, 수천명의 미국인들과 미국 내 외국인들의 국제 금융거래 내역을 비밀리에 조사해 왔다고 보도했다. ‘24-7 작전’이라 명명된 중앙정보국의 이 기관 데이터 접근은 법원의 영장이나 소환장 없이, 불특정 자료 수백만건에 대한 행정적 소환장으로 이뤄져 왔다고 신문은 폭로했다.
브뤼셀/연합뉴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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