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의 전초전으로 많게는 100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되는 스페인내전(1936~39)을 애써 모른척하던 스페인이 집단망각증에서 깨어나고 있다.
오는 18일 내전 발발 70년을 맞는 가운데, 스페인 정부가 수백만건의 국외자료 수집 등을 통해 ‘역사 바로 알기’에 나섰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3일 보도했다. 스페인은 러시아, 영국, 프랑스, 미국 등 12개국에 산재한 자료들을 발굴해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공산당원이던 화가 파블로 피카소가 마드리드에서 참호를 파는 장면, ‘전설적’ 여전사 돌로레스 이바루리를 담은 필름을 찾아냈다.
과거 스페인에서는 내전에 대해 함구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내전에서 승리한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의 독재가 40년 지속된 데다, 프랑코 사후 정치권이 ‘망각 협정’을 통해 옛일을 문제삼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전 뒤에도 독재치하에서 3만여명이 처형되고 수십만명의 투옥된 일을 잊지 못하는 당사자들이나 유족 등이 문제제기를 계속하자, 정부는 2004년 9월 과거사조사위원회를 만든 바 있다.
특히 독일과 이탈리아의 프랑코 지원과는 달리 소극적으로 공화파를 도운 소련의 구체적 계획과 역할, 국제여단 관련 정보를 놓고 역사학자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역사학자 엔리케 모라디엘로스는 일간 <엘파이스>와 인터뷰에서 “소련군이 스페인 공화파를 돕기 위해 세웠다는 ‘X 작전’에 관한 자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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