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사망 순간을 포착한 교통사고 사진을 실은 이탈리아 잡지 때문에 영국 전역이 들끓고 있다.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아들인 윌리엄 왕자와 해리 왕자는 참담한 심정을 토로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온갖 시시콜콜한 스캔들까지 들춰대는 극성스런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조차 "이런 사진은 절대 실을 수 없다"며 이탈리아 잡지를 비난했다.
영국의 반발에 놀란 이탈리아 당국은 16일 다이애나의 부검에 대해 더 까발리는 내용의 보도를 금지시켰다.
문제의 잡지는 이탈리아의 주간지인 카이. 이 잡지는 1997년 8월 31일 교통사고로 사망한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가 차량 파편들이 흩어진 사고의 현장에서 산소를 주입받고 있는 모습을 찍은 흑백사진을 실었다. 이 사진은 이달 출간 예정인 프랑스 범죄전문작가 장-미셸 카라데슈의 `레이디 다이애나: 범죄 수사'라는 책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사진이 공개되자 윌리엄 왕자와 해리 왕자는 아버지인 찰스 왕세자 집무실을 통해 1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그렇게 밑바닥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데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엄마가 생전에 우리에게 해준 것처럼 우리가 그녀를 보호할 수 없다면 아들로서 엄마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느낀다"고 밝혔다.
다이애나추모재단의 대변인도 "많은 사람들이 잡지의 사진 게재 결정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그 사진이 유족에게 줄 수 있는 타격을 편집장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발행부수 1위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은 "엄마의 무덤을 짓밟는 것 같은 처사"라며 왕자들의 심정을 대변했고,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그로테스크한 사진"이라며 이 사진을 지면에 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데일리 미러 신문도 카이 잡지의 편집장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당시 교통사고 때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와 동승한 아들 도디를 잃은 해러즈 백화점의 소유주 모하메드 알 파예드도 "아마 자기도 가족이 있을 터인 편집장과 작가는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를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두 아들이 느낄 심정에 대해 아무런 고려도 하지 않았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이에 대해 카이 잡지의 편집장인 움베르토 브린다니는 문제의 사진은 불쾌감을 주는 사진이 아니라 "가슴이 아프고" "부드러운" 사진이라고 주장하며 이 사진들이 다이애나의 죽음에 대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강변했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
이에 대해 카이 잡지의 편집장인 움베르토 브린다니는 문제의 사진은 불쾌감을 주는 사진이 아니라 "가슴이 아프고" "부드러운" 사진이라고 주장하며 이 사진들이 다이애나의 죽음에 대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강변했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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