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녹고 목초지 넓어져…덴마크서 경제적 독립 꿈꿔
그린란드 카코르토크에서 순록을 치는 스테판 마그누손(49)은 요즘 지구온난화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빙하가 1㎞ 이상 물러나면서 목초지가 넓어진데다 풀 종류도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그의 순록들은 요즘 자줏빛 꽃이 만발한 초원에서 싱싱한 풀을 뜯어먹는다. 그는 “마치 천지가 새로 창조되는 것을 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그린란드에는 행운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9일 보도했다. 지표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수백년간 얼음 속에 묻혀 있던 땅이 모습을 드러내고,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덴마크 기상대는 “최근 30년 동안 그린란드의 평균기온은 세계 평균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며 “금세기 말에는 그린란드가 온대지방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린란드의 경작철은 이전보다 2주 이상 늘어났다. 봄의 시작이 5월 중순에서 4월 말로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곡물수확량도 그만큼 늘어났다. 농부들은 이제 감자는 물론, 사과와 딸기까지 재배한다. 일부 농장은 브로콜리와 당근을 대량 재배하는 기업형으로 변신하고 있다. 양의 숫자도 최근 3년 동안 10% 증가했다. 바다에선 대구가 다시 잡히기 시작했다.
그린란드는 이런 뜻하지 않은 행운을 십분 활용해 덴마크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꿈꾸고 있다. 덴마크로부터 자치권을 부여받은 그린란드는 지금까지 정부 수입의 절반을 덴마크에서 지원받았다. 국내 생산규모가 남태평양의 작은 섬 피지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게 좋아진 것만은 아니다. 빙하가 녹으면서 원주민인 이누이트족의 전통적인 문화가 파괴되고 있다. 눈썰매를 타고 순록을 치던 마그누손은 이제 얼음이 얇아지면서 헬기를 타야만 멀리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유강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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