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표적 현대 미술관인 퐁피두 센터에서 전시중이던 로스앤젤레스 지역 미술가들의 작품이 잇따라 파손되는 등 보기 드문 사고가 발생하자 그 원인과 책임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3일(이하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퐁피두 센터는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간 `로스앤젤레스 1955-1985'라는 기획 아래 30년간 LA지역에서 활동해온 주요 미술가 80여명의 작품 300여 점을 선보이는 특별 전시회를 마련했고 약 3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합성수지로 만든 피터 알렉산더의 1971년 작품은 전시 개막 전 준비과정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부서졌다. 플렉시 유리로 제작된 크레이그 카우프만의 1967년 작품은 폐막 직전인 7월16일 박살났다.
퐁피두측은 또 3월에는 로버트 어윈의 작품을 일부 훼손시켜 수리하는 소동을 빚는 등 모두 3점이 피해를 봤다.
LA지역의 예술가들과 카우프만 작품을 소장하고 있던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측은 어떻게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며 곤혹스러움과 함께 큰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엇비슷한 시기에 유사 재질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이상하게 약했다면서 관리 잘못이 없다고 퐁피두 측이 주장하자 한마디로 말도 되지 않는 변명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프랑스 현대미술과의 교류를 맡고 있는 캘리포니아국제예술재단(CIAF)의 린 킨홀츠 소장은 "비극적이다.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며 정당화될 수 없는 처사다"고 주장했다.
작가인 알렉산더는 "그들이 거만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작품을 관리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그들은 내게 한번도 연락하지 않은채 당초 작품을 전시하고 있던 뉴욕의 갤러리에 2만8천 달러를 보상하겠다고 통보하면서 다른 작품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린 젤리반스키 LACMA 큐레이터는 "지난 30년간 우리 미술관의 관리하에 전시되었던 것인데 퐁피두 측은 작품의 재질을 탓하고 있다"며 "지난해 7만 달러로 평가됐던 이 작품은 여러 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어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를 주도했던 카트린느 그레니어 큐레이터는 "무엇이 잘못됐는 지 정확히 알기 위해 현재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설치 과정에서 잘못된 것도 없고 관람객들의 잘못 역시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편 퐁피두와 LACMA측은 현재 보상 문제를 논의중이다.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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