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는 1995년, 곳은 프랑스 니스.
직장을 때려치고 혼자서 4개월간 유럽여행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니스라고 하면 프랑스 남단 최고의 휴양도시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제를 개최하는 깐느와는 기차로 30분 내외의 거리에 있는 도시다. 하루는 혼자서 니스 근처의 조그만 시골 에즈라는 곳으로 기차를 타고 소풍을 갔다. 그곳에는 바닷가와 함께 ‘니체의 산’(오래되서 기억이 가물)이라는 조그만 산도 있다고 해서 오랜만에 책도 읽고 산책도 할겸.
‘니체의 산’은 그다지 높지 않은 돌산이었다.
위를 올려다 보니 정상까지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올랐다. 올라가다보니 내 앞에 한 남자가 천천히 산을 올라가고 있다. 주위에 다른 등산객도 없고 해서 좀 꺼름찍한 생각에 나는 그 사람과 거리를 두고 더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한참을 가는데 인기척이 느껴져서 올려다 봤더니 아까 나보다 앞서 올라가던 그 남자다. 그 남자가 바위 위에 홀로 앉아있다. 어디서 본듯한 모습.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아니면 로댕의 ‘생각하는 남자’. 바로 그것이었다. 그
동상들처럼 입고 있던 옷을 다 훌러덩 벗어재끼고 나체다.
옴마야- 나는 올라가던 발길을 180도 틀어 두배 빠른 걸음으로 엎어지듯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 인간에 저러구 나체로 앉아 있다가 지나가는 여인이 있으면 희롱하려는 심뽀일게야. 하고 내심 짐작하고는 걸음아 날 살려라 뛰어내려가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홀딱벗은 사내가 나를 따라온다. 그냥 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뭐라 뭐라 막 지껄인다. ‘노 프라블럼, 노 프라블럼!’ 뭐가 노 프라블럼이란게야. 옷벗고 나체로 앉아있는 것 자체가 빅 프라블럼이구만. 하고 있는데 그 사람은 자꾸만 노 프라블럼이니 산을 계속 올라가란다. 나는 한달음에 산밑까지 내려왔지만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반바지 입은 사람만 봐도 가슴이 화들짝내려앉는다. 가슴을 좀 내려앉히고 해변으로 내려가 바위위에 걸터앉았다. 시골이라 그런지 한적하다. 한 노부부가 저만치 걸어오더니 내 근처에 앉는다. 나는 말을 걸까 말까 망설이다 그 노부부에게 일러바치듯 말을 걸어본다. ‘저 산위에 올라갔다가 홀딱벗은 사람한테 ㅤ쫒겨서 내려왔어요!’ 이랬더니 그 노부부는 막 웃으며 말한다. 이 근처에 나체족을 위한 해변이 있는데 그 나체족들이 거기말고 다른 곳에서도 나체로 일광욕을 많이 한다고. 남 해꼬지하는 사람들이 아니니 놀라지 말라고 일러준다. ‘음, 나체족이었군.’ 그 후로도 나는 벌거벗은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첫경험’ 때만큼 많이 놀라지는 않았다. 이곳 유럽에서는 벌거벗는다는 것이 아시아에 비해 그다지 금기시 되지않는 풍토다. 지하철을 타려고 집을 나와 죽 걸어내려가다 보면 정원에 젖가슴을 내놓고 일광욕하는 여인네들이 종종 눈에 뛴다. 비단 자기 집에서만 젖가슴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날씨만 좋으면 공원에 나와 가슴을 훌렁 벗어젖히고 눕는다. A컵 C컵을 상관하지 않고 젊은 가슴 늙은 가슴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이 나라에선 모든 여인네들의 가슴이 공원에서 적나라하게 노출될 권리가 있는 것이다. 나는 그 광경을 처음 봤을 때 남편한테 물어보았다. ‘독일남자들은 좋겠네. 비싼돈 안들여도 여자들 젖가슴을 볼 수 있으니.’ 그랬더니 반응이 시들하다. ‘좋기는 뭐가 좋아. 그거 쳐다보고 있었다가 얼마나 욕을 얻어먹을려구. 여자들이 공원에 저러구 앉았으니 시선둘 데도 마땅찮고 괴롭기만 하구만.’ 나원참... 젖가슴을 내놨거나 불알을 내놨거나 내놓은 사람이 부끄러운게 아니라 쳐다보는 사람이 부끄러운게다. 여자들 젖가슴뿐만 아니라 이곳에선 남자들의 나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FKK 해수욕장이라고 나체족을 위한 해수욕장이 따로 있다. 나체족 해수욕장이라고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를 한다거나 미성년자 출입불가 라거나 이런거 전혀 없다. 보통 해수욕장 옆에 철조망이나 새끼줄, 하다못해 금을 그어놓은 경계선도 없다. 그냥 혜수욕장을 거닐다가 벌거벗은 사람들이 보이면 거기가 나체족 해수욕장인 것이다. 그곳엔 다양한 연령대가 벌거벗고 뛰어다니지만 특히 나이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다. 독일의 해수욕장은 여름에도 날씨가 좀 선선하다보니 해수욕을 하기엔 좀 추운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네들이 벌거벗고 축구를 하고 배구를 하고 책을 읽는다. 작년엔 아주 웃긴 나체족 할아버지 두 분을 보았다. 할아버지 두 분이 해변에서 베드민턴을 치시는데 날씨가 선선해서인지 위에 스웨터만 달랑 입은 거다. 밑은 벗어서 휑하니 두쪽이 딸랑거리고 있는데 위에만 스웨터를 입고 베드민턴을 치는 두 할아버지. 안보는 듯 하면서도 곁눈으로 다 훔쳐봤다. 나는 아직 나체족 해수욕장에서 벌거벗은 채로 해수욕을 해본 적은 없다. 벌거벗은 채로 해수욕을 하는 것은 내가 ‘독일에서 하고싶은 일 10위’ 안에 드는 일이다. 글쎄다. 언제가 될지는. 하려면 아무래도 하루라도 젊을 때 해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옴마야- 나는 올라가던 발길을 180도 틀어 두배 빠른 걸음으로 엎어지듯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 인간에 저러구 나체로 앉아 있다가 지나가는 여인이 있으면 희롱하려는 심뽀일게야. 하고 내심 짐작하고는 걸음아 날 살려라 뛰어내려가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홀딱벗은 사내가 나를 따라온다. 그냥 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뭐라 뭐라 막 지껄인다. ‘노 프라블럼, 노 프라블럼!’ 뭐가 노 프라블럼이란게야. 옷벗고 나체로 앉아있는 것 자체가 빅 프라블럼이구만. 하고 있는데 그 사람은 자꾸만 노 프라블럼이니 산을 계속 올라가란다. 나는 한달음에 산밑까지 내려왔지만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반바지 입은 사람만 봐도 가슴이 화들짝내려앉는다. 가슴을 좀 내려앉히고 해변으로 내려가 바위위에 걸터앉았다. 시골이라 그런지 한적하다. 한 노부부가 저만치 걸어오더니 내 근처에 앉는다. 나는 말을 걸까 말까 망설이다 그 노부부에게 일러바치듯 말을 걸어본다. ‘저 산위에 올라갔다가 홀딱벗은 사람한테 ㅤ쫒겨서 내려왔어요!’ 이랬더니 그 노부부는 막 웃으며 말한다. 이 근처에 나체족을 위한 해변이 있는데 그 나체족들이 거기말고 다른 곳에서도 나체로 일광욕을 많이 한다고. 남 해꼬지하는 사람들이 아니니 놀라지 말라고 일러준다. ‘음, 나체족이었군.’ 그 후로도 나는 벌거벗은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첫경험’ 때만큼 많이 놀라지는 않았다. 이곳 유럽에서는 벌거벗는다는 것이 아시아에 비해 그다지 금기시 되지않는 풍토다. 지하철을 타려고 집을 나와 죽 걸어내려가다 보면 정원에 젖가슴을 내놓고 일광욕하는 여인네들이 종종 눈에 뛴다. 비단 자기 집에서만 젖가슴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날씨만 좋으면 공원에 나와 가슴을 훌렁 벗어젖히고 눕는다. A컵 C컵을 상관하지 않고 젊은 가슴 늙은 가슴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이 나라에선 모든 여인네들의 가슴이 공원에서 적나라하게 노출될 권리가 있는 것이다. 나는 그 광경을 처음 봤을 때 남편한테 물어보았다. ‘독일남자들은 좋겠네. 비싼돈 안들여도 여자들 젖가슴을 볼 수 있으니.’ 그랬더니 반응이 시들하다. ‘좋기는 뭐가 좋아. 그거 쳐다보고 있었다가 얼마나 욕을 얻어먹을려구. 여자들이 공원에 저러구 앉았으니 시선둘 데도 마땅찮고 괴롭기만 하구만.’ 나원참... 젖가슴을 내놨거나 불알을 내놨거나 내놓은 사람이 부끄러운게 아니라 쳐다보는 사람이 부끄러운게다. 여자들 젖가슴뿐만 아니라 이곳에선 남자들의 나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FKK 해수욕장이라고 나체족을 위한 해수욕장이 따로 있다. 나체족 해수욕장이라고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를 한다거나 미성년자 출입불가 라거나 이런거 전혀 없다. 보통 해수욕장 옆에 철조망이나 새끼줄, 하다못해 금을 그어놓은 경계선도 없다. 그냥 혜수욕장을 거닐다가 벌거벗은 사람들이 보이면 거기가 나체족 해수욕장인 것이다. 그곳엔 다양한 연령대가 벌거벗고 뛰어다니지만 특히 나이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다. 독일의 해수욕장은 여름에도 날씨가 좀 선선하다보니 해수욕을 하기엔 좀 추운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네들이 벌거벗고 축구를 하고 배구를 하고 책을 읽는다. 작년엔 아주 웃긴 나체족 할아버지 두 분을 보았다. 할아버지 두 분이 해변에서 베드민턴을 치시는데 날씨가 선선해서인지 위에 스웨터만 달랑 입은 거다. 밑은 벗어서 휑하니 두쪽이 딸랑거리고 있는데 위에만 스웨터를 입고 베드민턴을 치는 두 할아버지. 안보는 듯 하면서도 곁눈으로 다 훔쳐봤다. 나는 아직 나체족 해수욕장에서 벌거벗은 채로 해수욕을 해본 적은 없다. 벌거벗은 채로 해수욕을 하는 것은 내가 ‘독일에서 하고싶은 일 10위’ 안에 드는 일이다. 글쎄다. 언제가 될지는. 하려면 아무래도 하루라도 젊을 때 해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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