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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나는 나치 친위대였다” 파격 고백 귄터 그라스 자서전 불티

등록 2006-08-21 20:40

25면 귄터 그라스
25면 귄터 그라스
독일서 출간 첫날 15만권
찬사-비난 ‘그라스 논쟁’
좌파 지성인으로 꼽히는 독일 ‘도덕의 나팔수‘ 귄터 그라스(78)가 자신이 나치 친위대 소속이었다고 커밍아웃한 뒤 불붙은 ‘그라스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그의 자서전 〈양파를 까며〉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원래 9월1일 출간 예정이었던 이 자서전은 출간이 앞당겨져 지난 16일 시장에 나와 하룻만에 이미 첫 출판본 15만 권이 거의 팔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그라스는 처음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에 이 사실을 밝히며 자신의 뒤늦은 고백의 이유가 궁금한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보면 알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편에서는 그라스의 고백이 자신의 책 선전 이벤트가 아닌가 하는 의혹도 있었다.

파격적 고백 이후 며칠간 감정적인 격렬한 비난의 소용돌이를 겪은 그라스는 지난 17일 저녁 독일 아에르데(ARD) 텔레비전 문학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특히 가장 큰 비난의 이유였던 ‘왜 이제야 고백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친위대에 가담하긴 했지만 범죄행위에 직접 가담한 것은 아니었고, 언젠가 이에 대해 더 큰 맥락에서 이야기하려고 했다”고 대답했다. 이어 “지금의 나에 대한 비난들은 모두 정당하며, 다 수긍이 간다. 그러나 나는 이를 고백할 적당한 시점을 찾지 못했고, 문학적 형태로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그러나 이제야 고백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라스는 이미 사적인 만남에서는 자신의 친위대 가담 사실에 대해 고백한 적이 있다. 오스트리아 작가 로베르트 쉰델은 20년 전에 그라스가 작가 모임에서 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또 그라스는 “나는 나의 과거를 항상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이 나라의 작가로서, 시민으로서 했던 일들이 나치시대 동안에 나를 사로잡고 있었던 것과 반대되는 것이었다는 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했었다”고 덧붙였다. 그밖에도 그는 그의 이번 고백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의 신뢰성을 해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 엔티브이(n-TV)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87%가 이번 고백이 그의 명성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480쪽에 달하는 방대한 이 자서전은 나치 독재시대에서 민주 연방공화국 독일로 가는 격동의 시대가 배경이다. 이 작품에 대해 문학평론가들의 찬사와 비판이 엇갈리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이 자서전에 나타난 다양한 문학형식은 독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처음에는 자신의 청소년 시절을 관찰자의 눈으로 서술하다가, 르포 형식으로 바뀌기도 한다.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인용하기도 하며, 해학적으로 서술한 부분은 그림하우젠의 〈짐플리치스무스〉를 연상케 한다. 〈넙치〉 〈텔크테에서의 만남〉 등 그라스가 자신의 다른 작품에서도 선보였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시키는 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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