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집권 좌파, 우파에 실권 위기
서유럽 최악의 청년실업률, 선거 최대 쟁점
우파, 감세·민영화 등 시장주의 개혁 깃발
서유럽 최악의 청년실업률, 선거 최대 쟁점
우파, 감세·민영화 등 시장주의 개혁 깃발
신자유주의 바람에도 복지국가 모델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스웨덴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다음달 17일 총선을 앞두고 중도우파의 지지도가 높아, 중도좌파 재집권 12년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회민주주의와 시장주의의 격돌 결과에 어느 때보다 눈길이 쏠리고 있다.
중도우파의 지지도 상승=젊은 총리 후보를 내세운 중도우파 진영은 결속력이 한층 강화된 가운데, 기업활동 촉진이 청년실업문제의 유력한 해결책이라고 호소하며 지지기반을 넓혔다.
보수당을 맹주로 하는 중도우파는 올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였다. 연초에는 집권 중도좌파를 10%포인트까지 앞서기도 했다. 양 진영의 격차는 조금씩 좁혀져, 지난 28일 공개된 조사에서는 중도좌파가 오차범위 안에서나마 앞지르기도 했다. 2002년 총선에서 득표율 15.3%에 그친 보수당이 25~30%의 지지율을 얻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치지형에 큰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중도좌파의 구심인 사민당은 1932년 이후 단 9년만 정권을 내줬을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를 지켜왔다. 1991~94년 우파에 정권을 내줬을 때에도 좌파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이 아니라 좌파진영의 분열이 패인이었다. 2002년 총선에서는 중도좌파가 191석을 얻어, 158석을 차지한 중도우파를 제치며 2000년대 들어 시작된 유럽의 우파 승리 행진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실업이 최대쟁점=이번 선거의 큰 쟁점은 경제, 특히 실업문제다. 6월 실업률은 5.1%,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상치는 3.6%다. 실업률이 10% 안팎이고 경제성장률이 1~2%에 그치는 다른 서유럽 나라들에 견줘 튼실한 경제다.
그러나 야권은 ‘실제 실업률’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취업프로그램으로 떠받치는 이들까지 셈에 넣으면 실업률은 8%대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실제 실업률이 12~13%로, 프랑스나 독일보다 나을 게 없다는 주장을 편다. 27.5%까지 치솟은 청년실업률은 서유럽에서 가장 심각하다. 세계적 전자업체 일렉트로룩스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생산시설을 헝가리로 옮긴 데서 보듯, 경제의 세계화가 이런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집권 중도좌파, 복지강화로 맞대응=중도우파 총리 후보인 프레데릭 레인펠트(41) 보수당 당수는 감세와 민영화 등 전형적인 시장주의적 개혁을 내걸었다. 그는 급진성 때문에 2002년 총선에서 졌다는 분석을 의식한듯, “복지국가 체제의 근본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시장이 작동하는 곳에 국가가 너무 큰 사업영역을 갖고 있다”며 은행·통신·항공 국영기업들의 민영화를 공약했다. 소득세 115억달러, 법인세 19억달러를 깎겠다는 우파의 정책은 지난 총선 때의 180억달러 감면안에선 후퇴한 것이지만, 연간 정부지출이 1천억달러 수준인 스웨덴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세금을 내리면 기업활동이 활발해져 일자리가 늘고, 결국 세수도 증가한다”는 논리를 편다.
8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도좌파의 예란 페르손(57) 총리는 ‘더욱 강화된 복지시스템 추구’로 대응하고 있다. 그는 청년실업자와 조기퇴직자에 대한 주택지원금 확충을 최근 발표했다. 페르손 총리는 “감세 정책은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한테 타격을 주고, 나라 재정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반박했다. 사민당은 최근 경제지표들이 유리하게 나오는 것에 어느 정도 안도하고 있다.
‘스웨덴 모델’에 대한 엇갈린 접근 태도 외에, 양 진영 수장에 대한 평판도 변수가 되고 있다. 패기를 내세우는 레인펠트 후보는 보수당에 중도적 이미지를 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페르손 총리는 새로 산 맨션을 180만달러를 들여 확장하고, 재산세를 안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노동자와 함께 한다는 이미지를 심어 온 사민당으로서는 난감한 사건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스웨덴 모델’에 대한 엇갈린 접근 태도 외에, 양 진영 수장에 대한 평판도 변수가 되고 있다. 패기를 내세우는 레인펠트 후보는 보수당에 중도적 이미지를 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페르손 총리는 새로 산 맨션을 180만달러를 들여 확장하고, 재산세를 안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노동자와 함께 한다는 이미지를 심어 온 사민당으로서는 난감한 사건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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