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가 사망한 지 9년이 된 지난 31일, 망각증 탓인지 다이애나 사망 9주기는 조용히 지나갔다.
일부 다이애나 열성팬들은 다이애나가 찰스 왕세자와 이혼한 후 살았던 곳인 런던 켄싱턴궁을 찾아 궁전 철문 앞에 꽃다발과 사진을 놓고 고인을 추모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영국 국기로 치장한 팬들도 더러 있었고, 멀리 호주에서 온 추모객도 있었다고 영국 언론들은 1일 전했다.
하지만 사망 당시 켄싱턴궁을 가득 메웠던 인파는 크게 줄어서 올해에는 다이애나 팬클럽인 다이애나 서클의 회원을 포함해 100여명이 켄싱턴궁을 찾았다.
왕실은 아무런 추모행사를 준비하지 않았고, 두 아들 윌리엄과 해리 왕자는 개인적으로 엄마의 죽음을 애도했다.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를 다니는 두 왕자 중 윌리엄은 여름휴가 중이고, 해리는 도싯의 보빙턴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전남편인 찰스 왕세자는 부인인 콘월 공작부인 카밀라 파커 볼스와 스코틀랜드의 버크홀에서 시간을 보냈다.
다이애나 팬들은 사망 10주기가 되는 내년에는 세인트폴 성당이나 웨스트민스터 사원 같은 곳에서 성대한 추모식을 열고, 켄싱턴궁에 다이애나 추모 동상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일랜드 출신 캐슬린 에드먼즈(62)는 "다이애나를 사랑해 매년 여기를 찾아온다"며 "다이애나는 멋진 여성이었고, 그녀의 죽음에는 음모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드먼즈는 "다이애나를 기억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10주기에는 추모행사를 보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이애나 서클의 창립자인 마거릿 푸넬은 내년에 특별 추모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 자리에 찰스 왕세자와 두 왕자가 참석하기를 바란다. 물론 콘월공작 부인은 절대 사절이다"고 말했다.
36세의 다이애나는 1997년 8월 31일 밤 연인 도디 파예드와 함께 메르세데스 승용차를 타고 가던 중 파리 시내 알마교 지하차도 안에서 정면 충돌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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