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집권 노동당 의원 50여명이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언제 총리직에서 물러날지 구체적인 퇴임 일정을 제시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노동당 의원들은 노동당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내년 5월 중간선거에서 노동당의 완패를 막기 위해서는 블레어 총리가 24∼28일 맨체스터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퇴임 청사진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리의 조기 퇴진을 촉구하며 의원들 사이에 회람되고 있는 서한은 모두 3종이다. 하나는 작년 총선에서 처음 선출된 초선의원들이 서명했고, 다른 하나는 2001년에 의회에 진입한 의원들이 서명했으며, 각료들의 정책을 보좌하는 정무직 의원들 사이에 또 다른 한 통의 서한이 돌고 있다.
노동당 의원 50여명이 이 세 통의 서한 중 하나에 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BBC 인터넷판은 5일 보도했다. 문제의 서한들은 아직 총리실에 전달되지 않았다.
앨런 존슨 교육장관은 블레어 총리가 퇴임 청사진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블레어는 야당에게 선물을 주고 있는 셈이라고 공격했다.
과거 블레어 총리의 지지파로 분류됐던 시온 사이먼 의원도 "정부 각료들을 제외하고 우리가 이런 식으로 나아가는 게 대중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노동당 의원이나 지지자를 더 이상 한 명도 보기 어렵다"며 총리의 결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블레어 총리는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의회 선거, 잉글랜드 시의회 선거가 실시되는 내년 5월 중간선거 이전인 내년 초반까지도 퇴임일정을 공표하지 않은 채 내년 여름쯤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시사함으로써 노동당 의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포퓰러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일반인의 51%, 노동당 유권자의 30%가 블레어 총리가 연내에 물러나기를 원한다고 대답했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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