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투르크 여장 도피 일화 소개에 '영웅 모독했다'
터키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법당국의 억압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올 들어 세계 1차대전 당시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의 역사를 거론한 언론인들이 잇따라 기소된데 이어 이번에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페크 칼리스라가 터키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투르크(케말 파샤)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재판대에 서게 됐다고 영국 더 타임스 인터넷판이 5일 보도했다.
칼리스라는 아타투르크의 부인인 라티페 하님의 자서전에서 아타투르크가 지난 1923년 4월 집에 찾아온 암살 자객을 피하기 위해 여성들이 입는 차도르를 입고 포위망을 빠져나갔다는 일화를 소개했는데 이것이 터키의 영웅인 아타투르크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것.
칼리스라의 책을 통해 처음 알려진 이 얘기는 현재 생존하고 있는 라티페의 친척이 라티페의 여동생에게 들은 뒤 칼리스라에게 전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일화를 한 신문이 발췌해 소개하자 아타투르크를 숭배하는 독자들은 그 어떤 사람들보다 용감한 그가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은 아타투르크와 그의 국가와 독자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이스탄불 지방검찰에 작가를 처벌해 줄 것을 요청했다.
내달 5일 시작될 재판에서 칼리스라는 아타투르크를 보호하기 위한 특별법을 위반한 혐의로 4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처했다.
이에 대해 칼리스라는 "아타투르크가 자객의 공격을 피해 차도르를 입고 변신하는 장면은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라며 독자가 이같은 위기에 처했다면 기발한 아이디어로 위기를 모면한 일이 그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변했다.
터키에서는 엘리프 사파크, 오르한 파묵 등 유명 소설가들이 작품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절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거론했다가 잇따라 기소되는 등 작가, 언론인들의 표현의 자유가 제약을 받아왔다.
또 지난 7월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석학 노엄 촘스키의 저서 '여론조작-매스미디어의 정치경제학'을 터키어로 번역한 터키의 출판업자 및 편집자 3명이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이같은 제약이 터키의 EU 가입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 하고 있다. 레젭 타입 에르도간 터키 총리는 그러나 실제로 작가와 소설가들의 이같은 행위는 재판에서 무죄로 결론나는 경우가 많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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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창 특파원 faith@yna.co.kr (부다페스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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