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차관·장관 보좌관 등 사표
‘함께가면 모두 침몰’ 우려 팽배
‘함께가면 모두 침몰’ 우려 팽배
‘블레어와 함께하는 노동당에 미래 없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끌어내리려는 노동당 의원들의 ‘반란’이 본격화한 가운데, 국방차관을 비롯한 내각 참여 노동당 의원들이 무더기로 블레어 정부와 결별을 선언했다. <에이피>(AP) 통신은 톰 왓슨 국방차관과 의원 신분인 장관 보좌관 5명이 6일 사표를 냈다고 보도했다.
왓슨 차관은 총리가 자리를 지키는 게 “당을 위한 것도 나라를 위한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블레어 총리는 이 소식에 “충성스럽지 않고, 예의가 없고, 잘못됐다”는 비난을 내놨다.
노동당 의원들의 집단반발은 최근 재선의원 17명이 총리 퇴진을 요구하고, 의원 80여명이 사임 날짜를 분명히 밝히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로 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는 블레어 총리가 지나치게 미국을 추종하고 인기가 바닥을 기어,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중간선거 등에서 노동당이 그와 함께 침몰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국민들과 노동당 의원들 절반 가량이 총리의 조기 퇴진을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영국 대중지 <선>은 블레어 총리가 측근들한테 내년 5월31일 노동당 당수를 그만두고 7월26일에는 총리직을 사임할 계획을 밝혔다고 6일 보도했다. 블레어 총리는 2010년 총선 때까지 자리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데이빗 밀리밴드 환경부 장관은 5일 <비비시>(BBC)에 출연해 총리가 12개월 안에 물러난다고 말해, 1년 이상 버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은 그 정도로는 불충분하다며 날짜를 확실히 못박으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강제 축출’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장관은 “갈수록 대처 총리의 임기 말을 닮아가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보수당처럼 15년간 정권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1년간 집권해 최장 총리 기록을 세운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보수당 안 반발 때문에 1990년 중도하차했다.
1997년 총리에 오른 블레어 총리는 지난해 5월 노동당의 총선 승리로 집권 3기를 시작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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