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잉글랜드의 기온이 1960년 이후 불과 45년 만에 섭씨 1도 상승하며 영국 특유의 을씨년스런 기후를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로 바꿔놓고 있다.
영국 기상청 헤들리 센터의 피터 스토트 박사는 18일 브라이튼에서 열린 자유민주당 전당대회 기후 클리닉에서 잉글랜드의 평균 기온이 눈에 띄게 급격히 상승했다고 보고했다.
기온의 상승으로 영국 잉글랜드 남부 데번주에서는 지중해 작물인 올리브가 재배되고, 런던 근교 서리주에서는 고급 부르고뉴 포도주용 포도 품종인 피노 느와를 재배할 수 있게 됐다. 또 서늘한 잉글랜드, 웨일스의 황야와 스코틀랜드에 서식하던 찌르레깃과 새인 지빠귀 무리가 크게 줄었고,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이 길어져 알레르기 질환인 건초열(hay fever)이 기승을 부리게 됐다고 과학자들은 보고하고 있다.
1659년까지 내려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상관측 자료인 잉글랜드 중심부 기온 자료를 보면, 잉글랜드의 평균 기온은 1960년 섭씨 9.4도에서 최근 10.4도까지 1도 올랐다. 전체 지구의 평균 기온이 지난 100년 동안 섭씨 0.6도 올랐음을 감안할 때 잉글랜드 지방의 기온은 그 절반인 45년 만에 그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는 육지가 바다보다 더 빨리 더워지고, 극지방과 가까운 고위도 지역이 저위도 지역보다 더 빨리 더워지기 때문이라고 인디펜던트 신문은 지적했다.
잉글랜드 동부부터 중부 지방까지 약 4만평방마일에 걸치는 지역인 잉글랜드 중심부에서 평균 기온은 1659년 관측 이래 상승과 하락을 거듭해왔지만, 1950년대 말부터 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고 스토트 박사는 말했다.
스토트 박사는 이 같은 기온 상승이 기후의 자연적인 변이 현상이 아니라 공장과 자동차에서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로 인해 야기된 지구 온난화의 탓으로 보인다며 350년에 달하는 방대한 기온 관측 자료를 통해 기온 상승이 인류의 활동과 상관 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잉글랜드 중심부라는 좁은 지역을 관찰해 기온 상승이 인류의 활동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진단한 첫 번째 연구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인디펜던트 신문은 논평했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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