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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헝가리 반정부 폭력사태 배경 및 전망

등록 2006-09-19 21:37

세제.의료.교육 개혁에 누적된 불만 폭발
헝가리에서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폭력사태로 발전한 것은 사회당(MSZP) 연립정부가 총선 후 추진해온 각종 개혁 조치에 대한 시민들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실시한 세금 인상과 의료 보조금 삭감, 대학 수업료 도입 등 일련의 긴축 정책이 반정부 여론을 증폭시킨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터진 쥬르차니 페렌츠 총리의 육성 녹음 테이프 누출 사건이 폭력 시위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이다.

◇ 국민적 저항에 부딪친 개혁 정책 = 지난 4월 총선 승리로 89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연속집권에 성공한 정부 여당은 이후 강도높은 개혁 정책을 추진했다.

유럽연합(EU) 가입 이후 미뤄온 유로화 도입을 위해선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를 해소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부가가치세 인상과 연대세 신설 등 각종 세금을 대폭 올렸다.

또 오랜 기간 재정 적자의 원인으로 지적돼온 교육과 의료체계를 개선, 무상으로 제공되던 대학 교육에 수업료를 도입하고 의료 보조금도 대폭 삭감했다.

정부는 유로존 가입과 적자해소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국민을 설득했지만 기업들과 서민들이 짊어질 부담은 예상보다 컸고 야당의 공세 속에 일반 시민들의 불만은 갈수록 쌓여갔다.

정부의 개혁조치 자체에 대한 저항도 컸지만 시민들은 사회당 연정이 4월 총선에서 '대국민 복지혜택을 대폭 늘리겠다'고 했던 공약이 '거짓말'로 드러났다는데 더욱 실망했다.

총선 당시 야당에 표를 던졌던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들은 물론 일부 사회당 지지자들도 정부 여당의 공약이 거짓이었다며 등을 돌렸다.


세금 인상으로 물가가 급등하고 의료 및 교육 개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 대학생들과 시민단체는 지난 16일부터 부다페스트 도심에서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기 시작했고 결국 시위는 폭력 소요사태로 치달았다.

◇ '거짓말' 시인한 총리 연설 테이프 = 내달 1일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 의회 선거를 앞두고 지난 17일 터진 쥬르차니 총리의 당내 연설 테이프 누출 사건은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헝가리 국영 라디오 방송에 공개된 테이프에는 쥬르차니 총리가 "정부가 4년 동안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 우리는 지난 2년 간 거짓말을 해왔다"고 고백한 내용이 담겨 있다.

쥬르차니 총리는 또 테이프에서 "우리는 선거에서 승리한 것 말고는 내세울 만한 정책을 펴지 못했다"며 "수년간 온 나라를 뒤덮었던 거짓말을 이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발췌된 테이프가 공개되고 쥬르차니 총리가 이같은 발언 내용을 시인하자 정치분석가들은 테이프 누출 배경에 대해 정부 측이 개혁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기 위해 고의로 누출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리가 스스로 지난 재임기간 거짓말 외에는 한 일이 없다고 한 발언은 많은 시민들에게 충격과 함께 '동정'보다는 '분노'를 일으켰다.

쥬르차니 총리는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헝가리 경제 상황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지난 수년간 행해졌던 일반적인 거짓말에 관한 것이었다며, 그가 연설에서 사용한 표현들에 대해 "열정은 과장된 표현을 낳을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비판 여론은 순식간에 증폭됐다.

◇ 당분간 '시위정국' 계속될 듯 = 국영방송국 난입으로 격화됐던 폭력사태는 대규모 진압 경찰 투입으로 일단락됐지만 쥬르차니 총리 정부가 납득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이같은 폭력시위는 언제든 재연될 불씨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오는 21일에는 부다페스트, 페치, 데브레첸, 세게드 등 4개 도시에서 대학생과 가족협회 등 시민단체들이 동시다발적인 항의 집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부다페스트에서만 1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솔욤 라슬로 대통령은 쥬르차니 총리가 "도덕적 위기"를 조장했다며 비판하고 있고 피데스는 쥬르차니 총리의 퇴진 요구와 함께 항의 표시로 19일 하루 의회 의사일정을 거부하겠다고 밝히는 등 야당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어 사태가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쥬르차니 총리는 사임할 뜻이 없다고 강조하고 국영방송국 난입 시위대를 엄벌하겠다고 밝혔으나, 우익 야당의 공세를 등에 업은 시민들의 총리 퇴진 시위는 내달 1일 지방 선거 이전에 또 다른 소요사태로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http://blog.yonhapnews.co.kr/faith2m/

권혁창 특파원 faith@yna.co.kr (부다페스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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