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서독의 70~80%까지 따라잡아
낮은 임금·정부지원 덕 투자환경 개선
자생적 중소기업 50만여곳 활발 활동
낮은 임금·정부지원 덕 투자환경 개선
자생적 중소기업 50만여곳 활발 활동
부활하는 독일경제 (하)
옛 동베를린 시가지에서 차로 30분쯤 동쪽으로 들어가면 들판 한가운데 260개의 건물이 저마다 건축미를 뽐내는 과학기술단지 아들러스호프가 나온다. 벤처 성격이 강한 400여개의 기업과 연구소에 근무하는 6천여명의 젊은이들이 모인 이 곳은 중소기업과 연구·개발 분야 육성의 표본으로 평가받는다.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EU)이 동독 재건프로그램의 하나로 1991년부터 15억유로를 들여 만들고 있는 아들러스호프는 옛 동독 과학아카데미와 방송국 터에 자리잡았다. 이 지역은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면서 유령도시로 변할 뻔한 곳이다. 아들러스호프 홍보이사 페터 슈트룽크는 “당시 러시아 우주과학 기업 등에 뛰어난 동독 출신 인재들이 많았지만, 시장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기관들이라 모두 실업 위기에 처했다”며 “고민 끝에 시설과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과학기술단지로 탈바꿈시켰다”고 말했다. 아들러스호프에서는 통일 전 일하던 동독 출신 과학자 4천여명 중 1천여명이 지금도 일하고 있다. 해마다 12~13%의 매출 성장률을 보여, 독일 정부는 투자금을 이미 뽑았다고 그는 전했다.
브란덴부르크주 루트비히스펠데에 있는 항공기 엔진 생산·보수업체 엠테우의 작업장 입구에는 한국전쟁에도 쓰인 기종인 소련제 미그15기 엔진이 전시돼 있다. 동독 군용기를 고치던 이 공장은 몇 해에 걸친 개조공사로 1990년대 중반 상용기 수리 공장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300여명이 근무한다. 정부가 구조개선 예산의 20%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뮌헨 본사가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이 회사 홍보담당자 옌스 라밍은 “공장 간판을 바꿔 달 때까지만해도 직원들이 영문 작업교본을 읽지 못해 애먹었다”며 “동유럽에 공장을 짓는 독일 기업들도 있지만, 옛 서독지역보다 임금이 낮고 정부 지원이 있기 때문에 옛 동독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기업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통일 뒤 동독 기업이 줄줄이 도산하는 와중에 일자리와 소득, 이윤을 만들어낸 아들러스호프와 엠테우는 성공적인 재건 사례로 꼽힌다. 이런 성과가 하나둘씩 쌓이면서, 1990년대 초반 옛 서독지역 소득의 3분의 1에 불과하던 옛 동독지역의 소득은 이제 서독지역의 70~80% 수준까지 따라잡았다. 세금을 감안하면 가처분소득 격차는 좀 더 줄어든다.
옛 동독지역은 통일 이후 기업의 85%가 도산하며 경제 붕괴 상태에 빠졌었다. 예상치보다 통일비용이 10배 가까이 불면서 매년 옛 서독지역 국내총생산(GDP)의 4.0~4.5%가 옛 동독 특별지원에 쓰였다. 옛 서독 국민들은 ‘연대세’를 부담해 고통을 나눠야 했다. 독일 외무부 관계자는 “서독과 동독 화폐를 1 대 1로 평가한 게 실수였다”며 “이 때문에 옛 서독 기업 것보다 훨씬 못한 동독 상품은 완전히 외면당하고, 연쇄도산 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독일 경제 침체의 원인을 두고 여러 주장이 나오지만, 통일과 매끄럽지 못한 통합과정이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데 이의를 다는 이는 거의 없다.
옛 동독 경제가 오늘의 모습을 갖추는 데는 지멘스, 폴크스바겐, 바스프, 오펠 등 대기업들의 투자도 구실을 했다. 현재 옛 동독지역에는 ‘자생적’ 중소기업 50만여개도 활동하고 있다. 작센주 드레스덴의 중심가에 자리잡은 폴크스바겐 공장의 언론담당 토마스 하세는 “원래 시내에는 이런 공장을 지을 수 없었는데, 정부 지원과 주정부의 의지가 유치를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2002년에 문을 열어 750명이 일하는 폴크스바겐 드레스덴 공장은 유리로 덮혀 안이 훤히 보이기 때문에 ‘투명 공장’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1945년 2월 영국군과 미군의 공습으로 이틀 밤 사이에 3만~10만명이 희생된 드레스덴은 지금도 폭격 이전 모습을 되찾으려는 재건이 진행 중이다. 이 공장은 또다른 의미에서 재건의 상징인 셈이다.
하지만 동·서 격차는 아직도 엄연한 현실이다. 올해 1월 19.2%이던 옛 동독지역 실업률은 경기회복에 힘입어 8월에 16.7%로 떨어졌지만, 옛 서독지역(8.8%)의 두 배에 가깝다. 독일의 30대 기업 중 동독에 본사를 둔 곳은 없다. ‘연대 협약’에 따라 2020년까지 특별지원을 받게 되는 옛 동독지역은 본격적인 ‘홀로서기’를 준비할 시기를 맞고 있다. 베를린 루트비히스펠데 드레스덴/글·사진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하지만 동·서 격차는 아직도 엄연한 현실이다. 올해 1월 19.2%이던 옛 동독지역 실업률은 경기회복에 힘입어 8월에 16.7%로 떨어졌지만, 옛 서독지역(8.8%)의 두 배에 가깝다. 독일의 30대 기업 중 동독에 본사를 둔 곳은 없다. ‘연대 협약’에 따라 2020년까지 특별지원을 받게 되는 옛 동독지역은 본격적인 ‘홀로서기’를 준비할 시기를 맞고 있다. 베를린 루트비히스펠데 드레스덴/글·사진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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