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학교 수업 중 이슬람식 얼굴 가리개 니캅을 썼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당한 무슬림 보조교사가 `종교적 차별'과 `성희롱'을 주장하는 소송에서 패소했다.
그러나 이 학교가 속한 지방자치단체인 커클랜드카운슬은 이 교사가 겪은 `감정적 상처'에 대한 보상금으로 1천100 파운드를 지불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고 BBC 인터넷판이 20일 보도했다.
잉글랜드 북부 듀즈베리에 있는 성공회 계열 초등학교의 영어 보조교사인 아이샤 아즈미(23) 씨는 수업 중 눈만 내놓고 전신을 가린 니캅을 썼다는 이유로 학교로부터 정직처분을 당한 후 고용심판소에 소송을 냈다. 학생수 546명의 이 학교측은 니캅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 중 교사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주장하며 정직 조치를 취했다.
고용심판소는 19일 열린 재판에서 학생들 앞에서 니캅을 벗어야 한다는 학교의 요구가 종교적 차별이나 성희롱 사유는 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커클랜드카운슬이 아즈미 씨의 민원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함으로써 아즈미 씨가 피해를 입었다고 고용심판소는 지적했다.
아즈미 씨는 재판부 결정 후 성명을 통해 "일하기를 원하는 이 나라 무슬림 여성들에게 미칠 영향을 걱정하게 하는" 판결이라며 이 소송에 개입한 정부 각료들을 비판했다.
아즈미 씨는 그러나 "학교와 커클랜드카운슬 지방교육청이 이 문제를 다루는 가해의 방식과 나에게 준 고통을 인정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그녀는 종교적 차별을 당했다는 자신의 주장을 기각한 고용심판소의 결정에 불복해 상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일'에 대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 소송 후 토니 블레어 총리는 얼굴 전체를 가리는 베일을 쓰는 것은 `분리의 표시'라며 이슬람 사회 밖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이라고 논평했다.
필 울라스 인종 차관도 "완벽한 교육을 받을 자격이 있는 아동의 권리를 부인했다"고 비난하며 아즈미 씨를 해임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자녀 1명을 둔 기혼여성인 아즈미 씨는 "니캅을 쓴 이슬람 여성은 외계인이 아니다"며 "정치인들은 자신의 발언이 소수민족의 생활에 매우 위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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