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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동유럽 ‘빅4’ 내정에 급급…외교가 없다

등록 2006-10-21 01:14

EU 가입후 대 러시아 공동정책 부재 심각

공산주의에서 벗어나 지난 2004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중동 유럽의 '빅4'가 EU 내에서 공동의 외교적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19일 분석했다.

신문은 특히 이들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4개국이 EU 가입 당시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EU의 새 회원국으로서 한 목소리로 대(對) 러시아 강경 정책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러시아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 관계가 엇갈리는데다 4개국 모두 자국 고유의 내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 보니 일관된 대 러시아 외교 노선을 견지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비셰그라드 그룹으로 불리는 4개국 중에서도 리더격으로 평가되는 폴란드의 경우 외교 전문가들은 EU 내에서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완전히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

폴란드의 보수 민족주의 성향의 연립정부는 작년 총선 승리 이후 아직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러시아에 대한 장기적 외교 전략은 전혀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오랫동안 추진돼온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이 아직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폴란드의 러시아 외교정책 부재를 보여주는 사례다.


바르샤바 국제관계센터의 애널리스트인 야쿱 보라틴스키는 "폴란드의 정책에는 예측 불가능한 측면이 너무 많으며 외교정책은 사실상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헝가리는 최근 들어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부다페스트를 방문, 지난 1956년 민중봉기를 무력 진압한 것을 사과했고, 쥬르차니 페렌츠 헝가리 총리도 지난 여름 푸틴 대통령을 만나 천연가스 시설을 러시아 가즈프롬에 매각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헝가리의 경우도 EU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한 것을 끝으로 정부의 장기적 외교정책의 청사진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쥬르차니 총리는 최근 '거짓말 시인 스캔들'과 이후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 정국 속에서 대외적인 자신감을 잃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체코의 경우도 최근 러시아와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을 통해 우호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외교적 이익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계산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다.

또 슬로바키아는 올해 정권을 잡은 로베르트 피코 총리가 이웃 헝가리와의 소수민족 문제로 외교적 분쟁을 벌이는 등 단합해야 할 이웃 나라들과 오히려 반목하는 상황이어서 더욱 외교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같은 현상은 20일 핀란드에서 열리는 EU 지도자들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EU의 신생 회원국들이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헝가리 중부유럽 대학의 버라즈 페테르 교수는 "중동 유럽 4개국은 무엇보다도 내부 문제로 골치를 썩이고 있어 정부가 외교 문제를 다룰 여유와 능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버라즈 교수는 "더욱이 이들 국가는 가장 먼저 상호 간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바쁜 나머지 러시아를 상대로 한 공동의 전략을 수립할 기회를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http://blog.yonhapnews.co.kr/faith2m/

권혁창 특파원 faith@yna.co.kr (부다페스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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