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상대로는 매력적”..“메르켈은 지도력 부족”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62) 전 총리가 오는 26일 판매될 회고록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지나치게 독실한 신앙심 때문에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슈뢰더 전 총리는 주간 슈피겔에 실린 500여쪽 분량의 회고록 '결정들: 나의 정치 인생'의 발췌록에서 이라크 전쟁과 관련한 부시 대통령과의 불화 등 주요한 정치적 선택들을 언급하는 가운데 이같이 털어놓았다.
슈뢰더는 9.11테러 수개월후인 지난 2002년 부시 대통령의 베를린 방문을 회상하며 부시의 독일 의회 연설이 이상하리만큼 부드러웠던 데 놀랐고 토론상대자로서도 아주 매력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를 보이는 등 우호적이었다고 칭찬했다.
그럼에도 부시의 정치적 결정 뒤에는 종교가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며 "나를 괴롭히고 의심하게 했던 것은 서로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 스스로 얼마나 독실한 가를 되풀이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교분리의 신봉자라고 밝힌 슈뢰더는 이어 "우리는 이슬람 국가 대부분이 종교의 역할과 법의 통치를 분명히 분리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미국내에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과 그들의 성서에 대한 해석이 유사한 경향을 갖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슈뢰더는 정교 분리의 문제가 꼭 부시와 미국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을 덧붙였다.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맹렬하게 비판했지만 결코 반미주의자가 아니라고 밝힌 슈뢰더는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에서 사람들이 뛰어내리는 것을 보고 눈물이 났으며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독일도 의무를 다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슈뢰더는 일간 빌트 암 손타그와 회견에서 후임자인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가 지도력이 부족하다며 연정 내부의 정치적 대립에 대해 좀 더 확고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슈뢰더는 지난 98년 사상 처음으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를 이룩하고 2002년 재집권에 성공했으나 경제 침체와 당내 좌파 세력의 반기로 궁지에 몰려 선택한 조기 총선 승부수에서 실패, 지난해 11월 총리 재임 7년만에 퇴진했다. (베를린 AP.dpa=연합뉴스) cool21@yna.co.kr
슈뢰더는 지난 98년 사상 처음으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를 이룩하고 2002년 재집권에 성공했으나 경제 침체와 당내 좌파 세력의 반기로 궁지에 몰려 선택한 조기 총선 승부수에서 실패, 지난해 11월 총리 재임 7년만에 퇴진했다. (베를린 AP.dpa=연합뉴스) cool21@yna.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