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교외폭동 1년을 맞은 27일 프랑스는 최고의 경계태세로 불상사를 대비했지만 우려할 만한 폭력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침묵 가운데 차별과 소외를 향한 분노는 끈끈하고 강렬했다.
폭동의 시발점이었던 파리 교외 클리시수부아에선 이날 오전 1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조용한 추모 행진을 벌였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이곳은 1년 전 경찰의 검문을 피해 변전소에 숨었다가 감전사하면서 폭동의 계기를 줬던 아프리카계 소년 2명의 고향이다. 이 소년들의 가족 등은 “헛된 죽음”이라는 글귀가 쓰인 깃발을 앞세우고 행진하다가 사고가 난 변전소 앞에서 멈춰 추도했으며, 두 희생자가 다닌 중학교 앞에서 집회를 끝냈다. 많은 젊은 시위 참가자들은 “헛된 죽음”이라는 글귀가 쓰인 하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 도시의 시장 클로드 딜랭은 행진 참가자들에게 “다시 세계가 우리를 보고 있다. 우리는 평정과 위엄, 용기를 보일 필요가 있다”면서 평화 시위를 호소했다.
프랑스 전역에서 방화 등으로 3주간 차량 약 1만대가 불탄 지 꼭 1년이 되는 이날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폭동 우려 지역에 최고 경계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이미 배치된 13개 중대에 더해 500명의 전투경찰이 파리 교외에 추가로 배치됐다. 이런 조처는 지난 25~26일 파리 교외에서 10대들이 승객과 기사를 끌어내리고 버스에 불을 지르는 3건의 습격사건이 일어난 뒤 내려졌다.
이 도시의 한 교사는 “폭동의 원인이 됐던 실업, 고용불안, 차별, 소외감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장 올리비에 클랭도 “정부가 내놓은 유일한 대책은 경찰서 하나를 새로 지은 것뿐이다”라고 비판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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