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독 실업률 ‘뚝’ 경제성장 ‘껑충’ 불구
대연정 국민 기대 부응못해 지지↓
대연정 국민 기대 부응못해 지지↓
22일치 독일 주요 일간지에는 “독일은 앞으로 나아간다”는 정부 광고가 실렸다.
‘첫 독일 여성총리’ 앙겔라 메르켈(사진)의 취임 1주년 기념이다. 하지만, “우울한 1주년”이라는 독일 주간 〈슈피겔〉의 기사처럼, 지지율 추락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 최근 여론전문기관 〈포르사〉 조사 결과, 독일 국민의 78%가 “정부가 국가의 주요 현안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포르사〉가 “2차 세계대전 뒤 최악의 분위기로, 지난 98년 헬무트 콜 총리가 쫓겨났을 때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고 평가할 정도다.
특히, 화려한 경제 성적표를 고려하면 ‘왜 지지율이 낮지?’라는 궁금증을 낳고 있다. 실업률은 최근 4년만에 처음으로 10% 이하인 9.8%를 기록했다. 지난해 0.9%에 그쳤던 경제성장률도 올해는 2000년 뒤 최고치인 2.3%로 전망된다. 재정적자는 올해 국내총생산의 2.5%, 내년은 1.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 “과거 유럽의 병자로 알려진 독일의 탄탄한 경제도 메르켈 총리에 대한 불만을 줄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대외 성적표도 훌륭하다. 미국과의 긴장관계를 회복하고, 유럽연합의 정책추진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독일 월드컵도 훌륭하게 치렀다. 내년에는 유럽연합(EU) 의장을 맡아, 외교무대를 누빈다.
결국 인기추락의 원인으로 ‘지나친 기대’가 꼽히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우파 기민-기사당 연합과 중도좌파 사민당의 ‘대연정’에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크다는 것이다. 연립정부가 의회 614석 가운데 448석을 차지하고도, 심각한 내분을 겪으며 과감한 개혁과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불만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국민들이 점점 인내심을 잃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1월부터 부가가치세의 3% 인상된 19% 적용, 지지부진한 건강보험 개혁 등도 인기를 갉아먹은 주요 원인이다.
〈슈피겔〉은 “국민들이 생각한 만큼 대연정이 강력한 정치적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아마도 기대치를 조정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유권자에게 독일이 실제로 진전하고 있다고 확신시켜줄 3년 임기가 아직 더 남았다”고 평가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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