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이슬람 베일에 이어 이번에는 십자가 목걸이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최근 기독교 여직원에게 십자가 목걸이 착용을 금지한 브리티시 항공을 둘러싸고 영국 정치인과 종교인까지 가세해 항공사를 성토하며 십자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텔레그래프 신문이 24일 보도했다.
브리티시항공은 20일 히드로공항 탑승수속 카운터의 여직원 나디아 에웨이다의 청원을 기각하고 "직원들은 십자가 목걸이 등 종교적 상징물을 포함해 모든 장신구를 유니폼 위에 착용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려 종교 논쟁의 불씨를 당겼다. 에웨이다는 십자가 목걸이를 하지 말라는 상관의 지시를 거부한 후 2개월여째 무보수 강제 휴가조치를 당해 집에서 쉬고 있다.
영국 여야 정당 의원 94명은 브리티시 항공의 십자가 목걸이 금지에 대해 "비통한 결정"이라며 항공사를 규탄하는 제안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전ㆍ현직 각료들과 이슬람교도 의원 1명, 힌두교도 의원 1명도 동참했다.
하원에서 돌고 있는 제안은 "회사의 비타협성으로 브리티시 항공의 평판이 타격을 받고, 정규 고객들을 다수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피터 하인 북아일랜드 장관과 브래드쇼 환경차관은 "비타협적인" 항공사를 보이콧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멘지스 캠벨 자유민주당 당수의 보좌관은 "사람들은 종교적 상징물을 착용할 권리가 있다"며 "우리는 관용의 나라이며, 브리티시 항공의 이런 행동은 정말로 극도로 비관용적인 처사로 보인다"고 규탄했다.
앞서 영국 성공회의 존 센타무 요크대주교도 브리티시 항공의 결정에 대해 영국의 문화적 유산을 고려하지 않은 "결점 있고, 말도 안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브리티시 항공의 결정에 분개한 한 영국인은 브리티시 항공을 이용하지 말고 다른 항공 여객기를 타자고 권유하는 보이콧 사이트(www.baboycott.com)를 개설하기까지 했다.
이 사이트를 개설한 노퍽의 웹디자이너 마커스 스태퍼드는 "잉글랜드와 기독교에 대한 공격들에 너무나 질려서 행동을 하기로 맘먹었다"며 "이 나라 대부분 사람들처럼 나는 적극적인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이제 더 이상은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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