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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FSB 전 요원 사망 둘러싸고 러-영 갈등 조짐

등록 2006-11-25 01:54

의문의 독극물에 중독돼 숨진 러시아 연방보안부 (FSB) 전직 요원의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영국과 러시아가 외교적 갈등을 빚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이 독극물 사망사건 배후에 러시아 당국의 개입설을 줄곧 제기하는데 대해 러시아 당국자들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존 레이드 영국 외무장관이 24일 FSB 요원인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43)의 사망이 그의 몸에서 발견된 방사능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레이드 장관의 발언은 리트비넨코의 치료를 담당했던 의료진이 항간에 소문으로 나돌았던 방사성 탈륨 중독에 따른 사망설을 부인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리트비넨코의 사인을 조사한 영국의 민영 보건기관도 이날 사체에서 다량의 유독 방사선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민간기구인 보건보호국은 리트비넨코의 시신에서 방사선 물질인 아이소톱 폴로니움 210이 다량 검출됐다며 이 같은 물질이 주입된 경위를 경찰이 조사 중이라고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게다가 리트비넨코의 친구이자 러시아 망명재벌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만든 재단의 사무총장으로 있는 알렉스 골드파브가 이날 리트비넨코의 유서를 공개, 러시아 당국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리트비넨코가 사망하기 이틀 전에 작성된 유서에는 "당신(푸틴)은 한 사람(리트비넨코)을 침묵시키는데 성공할 수는 있지만 전 세계 곳곳에서 저항의 함성이 울려퍼질 것"이라면서 "신께서 당신이 나뿐 아니라 사랑하는 러시아와 그 국민들에게 한 짓을 용서하길 빈다"고 적혀있다.

리트비넨코는 푸틴 대통령에게는 욕을 한 반면 영국에 대해서는 곤경에 처한 자신을 지지해준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당국자들은 서방 진영이 리트비넨코의 죽음을 러시아를 곤경에 처하도록 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국가두마(하원) 국제위원장은 "리트비넨코의 죽음을 러시아 특수부와 관련지으려고 하는 것은 그의 죽음을 반러시아적인 목적을 위해 활용하려는 기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으로 망명한 리트비넨코가 이제는 영국 시민인 만큼 사건 조사는 영국 당국이 해야 한다면서 만일 협조 요청이 있으면 러시아가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대외방첩국 공보실장은 "누군가가 리트비넨코의 죽음을 정치나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언론을 이용해 사건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전직 기밀요원으로 지난 2000년 영국에 건너간 리트비넨코는 모스크바에서 청부 살해된 러시아 여기자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 사건의 배후를 캐던 중 지난 1일 런던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집으로 돌아와 쓰러졌다.

그는 런던 유니버시티컬리지 병원에 옮겨져 투병해 오다가 지난 23일 밤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사망했다.

리트비넨코는 영국에 망명한 뒤인 2002년 러시아 검찰로부터 직권 남용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러시아에서 영국으로 망명한 베레조프스키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영국 정부는 지난 10월 그의 정치적 망명을 받아들였다.

러시아 정부는 그동안 영국이 베레조프스키와 체첸 무장세력 대변인격인 아흐메드 자카예프에 대해 망명을 받아들였다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 (모스크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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