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회견중 제스쳐를 하고있는 프랑스사회당대선후보유력자 세골렌 루아얄(AP=연합뉴스)
[분석] 세골렌 신드롬-다니엘 콘벤디트의 충고
26일 프랑스 사회당은 세골렌 로와이얄을 공식 후보로 추대했다. 프랑스 정치 사상 최초로 제 1 야당인 사회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되어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한발 다가선 세골렌 로와이얄의 인기를 두고 프랑스 사회는 그 원인과 여파에 대한 분석에 분주하다. 지난주 프랑스의 국영 프랑스 2에서는 여야 정치인을 비롯한 시사주간지 기자 정치 평론가들이 함께 모여,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분석을 내 놓았다. "세골렌의 등장은 마치 81년 미테랑의 등장과 흡사하다, 당시 미테랑 대통령은 첫 좌파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그가 어떤 정책을 가졌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당선되면 첫 좌파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고 실패하면 그만인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세골렌도 당선이 된다면 첫 여성 대통령이 되는 것이고 떨어지면 그만인 것이다." 세골렌의 정책의 불투명 성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에 대하여 마들렌지 기자인 나타샤 폴로니는 이렇게 분석했다. 세골렌이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에 대해선, 집권 여당인 대중운동연합의 의원이자 지난 내각에서 세골렌과 같은 환경부 장관을 지낸바 있는 로셀린 바슐로는 "언론과 미디어가 너무나 그녀에게 친절하기만 하다"라고 지적한뒤, 지난 세대의 여성정치인으로서 겪었던 대우와는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러한 기존 여성 정치인과의 차이에 대해 폴로니 기자는 "이전에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여성정치인들이 부각시키는 점은 늘 '여성도 남자만큼 할수 있다.'는 것이었다면, 세골렌의 전략은 남성과의 대결구도가 아닌 차별화된 전략이다. 즉, 그녀는 아이를 키운 어머니로서의 여성임을 부각시킨다. 즉 보호를 하는 어머니의 모습이고 거기엔 사랑이 깔려있다는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소설가이자 최근 세골렌에 대한 소설을 출간한바 있는 마크 랑브론은 이점에 동의하며 "세골렌에겐 프랑스의 상징인 마들렌의 이미지가 겹쳐져있다. 마치 예전에 록스타인 짐 모리슨이 언급한 '에로틱한 정치인'이 등장한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세골렌의 기존 정치와의 차별성에 대해, 유럽의회의원인 다니엘 콘벤디트는 "이번 사회당후보간의 토론에서도 극명히 드러났듯이 세골렌의 차이점은 '모른다는 것'을 과감하게 인정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후보들이 '나는 이것을 알고 이렇게 처방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면 세골렌은 그간 제시한 세가지 표현에서 다르다. 즉, '내가 모든것을 알지 못한다', '프랑스인 모두가 전문가이다.', '정치란 전문가의 의견들을 조율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녀가 제시하고 있는 새로운 정치 방식인것이다." 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직접 민주주의에 가까운 새로운 정치 스타일에 대한 비판도 뒤따랐다. 저널리스트이자 에세이스트인 에릭 뒤팡은 "세골렌은 그런식으로 여론경청을 주장하지만, 이라크 사태나 지구온난화 문제, 이스라엘 사태등 모든 문제에 사사건건 어떻게 의견을 물을 것인가?"라고 반문한뒤, "세골렌은 정책결정에서 철저히 개인적이다. 어떤 정책의 경우, 발표를 앞두고 그 최측근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라고 비판했다. 세골렌이 대화합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대해선, '세골렌이 구태여 다른 후보의 이미지를 등에 업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독일인이며 68혁명 당시 프랑스 유학생으로 운동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다니엘 콘벤디트는, "내가 만약 프랑스 인이라면 녹색당원이므로 녹색당의 후보가 나온다면 그를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프랑스에서 50퍼센트씩 지지를 받고있는 우파의 사르코지 내무부장관과 세골렌을 두고 고르라면 세골렌을 지지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정책이 더 올바르기 때문이다."라고 피력한뒤, "다만 세골렌이 기억해야 할것은, 지난해 독일에서 엥겔라 메르켈의 경우 선거 초반,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며 많은 지지자를 결집시키는데 성공했으나 선거 후반에 접어들며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선택하면서 많은 지지자들을 잃었고, 결국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라고 지적하며, "세골렌의 정책 담당자들은 이점을 기억해야 할것 이라고 충고했다. 전 총리이자 2002년 대선 후보였던 리오넬 죠스팡은 지난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세골렌을 공식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힘든 싸움에서 승리하기를 바란다'라고 격려했다. 26일 후보 수락 연설에서 세골렌 로와이얄은 단합을 강조하며 승리를 다짐했다. 이제 프랑스 사회당이 얼마나 세골렌을 중심으로 응집하는가와 세골렌이 주창하고있는 직접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시도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가 문제의 관건인 셈이다. 기존의 좌파와 기존의 사회당과는 다른 옷을 입으려는 세골렌의 행보가 어떻게 진행될지, 대니엘 콘벤디트의 충고가 새삼 화두가 되고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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