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한 관계라는 말은 신화..원래 일방적 관계"<美 관리>
"런던 다리가 무너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의 한 관리가 이라크전 과정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보여준 `미국 껴안기'를 거침없이 비판하며 그가 미국으로부터 무시당했다는 식으로 발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더 타임스 인터넷판이 30일 보도했다.
국무부 분석관이자 영국 문제 전문가인 켄덜 마이어스 박사는 지난 28일 밤 워싱턴의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에서 열린 한 학술포럼에서 블레어 총리와 조지 부시 대통령 사이를 `일방적 관계'로 묘사하면서 미국과 유럽을 다리놓아 주던 영국의 가교 역할이 사라질 위기라고 지적했다.
마이어스 박사는 강연을 시작하며 작심한 듯 영.미간 `특별한 관계'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던 신화였거나 "최소한으로 말해도 우리가 주목했던 대상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뿐만 아니라 양국 관계는 대체로 오랜 기간 "너무 일방적"이었다면서 "아첨꾼 면모는(poodle factor) 토니 블레어 때가 아니라 윈스턴 처칠 때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라크전과 관련, 지난 1960년대 영국이 베트남전 참전을 거부했던 전례를 언급하면서 "베트남전에서 우리 모두를 교묘하게 속였던 해롤드 윌슨 전 총리가 블레어 총리보다 훨씬 더 약삭 빨랐다. 듣기 좋은 소리를 하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면서 "블레어 총리는 다른 방법으로 이리저리 해보다가 결국 우리와 동참해 이라크 모험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25년쯤을 앞으로 건너뛰어 블레어 전기를 집필한다면, 현대사에서 가장 똑똑한 총리 가운데 한 명이 이라크전으로 낙마했다고 써야 할 것"이라며 "그는 때마다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절대로 회복하지 못할 것이며 이것은 비극"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미국이 국익에 대한 주요 이슈를 주창하면 영국은 반대하지 못한다"는 말로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블레어 총리가 영국이 잠깐 이라크를 점령했던 1920년대에 대한 책을 한 권 읽기만 했다면 아마 주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어스 박사는 이어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전의 정당성과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정말로 믿었던 것 같다면서 그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홀대'를 비판했다. 그는 9.11테러 후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쏟아부은 블레어 총리를 부시 대통령이 대접한 방식에 "약간의 부끄러움과 서글픔을 느낀다"면서 "우리는 대체로 그들을 무시했고 주목하지 않았다"고 자성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별도의 질문을 받자 "처음부터 끝난 거래였다. 다 알면서(with open eyes) 시작된 일방적인 관계였다.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보답도 없었고, 상호성이라곤 없었다"고 거듭 비판을 가했다.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간의 `찰떡 공조'는 앞으로 더이상 되풀이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 그는 "두려운 것은 영국이 유럽에 다가가지도 않으면서 미국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라며 "이 점에서 런던 다리는 무너지고 있다"고 영국의 역할이 사라져가는데 경계심을 표시했다. 그의 발언을 놓고 영국에서는 두 가지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정치인은 "부시 대통령을 비굴하게 지지하는 블레어 총리에 대해 미국인이 느끼는 역겨움을 담아낸 발언"이라며 "(양국의) 특별한 관계는 다시 균형을 잡고, 재검토되고, 새로워져야 한다"고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반면 이라크전 참전을 지지했던 데니스 맥셰인 전 외무부 국무상은 "미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서 부시의 시절을 향유했던 쥐 한마디로 이제 배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 분이 만약 2-5년 전에도 이렇게 문제를 제기할 배짱을 가졌었다면 나는 그를 존경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테리 데이비슨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영 관계는 정말로 특별하다. 두 나라는 다른 유럽 및 전 세계의 동맹국들과 함께 협력하고 있다"면서 "마이어스 박사는 국무부 대표가 아닌 학자로서 말한 것이며 그의 시각이 미국 정부의 시각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의미를 두지 않았다. 김화영 기자 quintet@yna.co.kr (서울=연합뉴스)
그는 "미국이 국익에 대한 주요 이슈를 주창하면 영국은 반대하지 못한다"는 말로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블레어 총리가 영국이 잠깐 이라크를 점령했던 1920년대에 대한 책을 한 권 읽기만 했다면 아마 주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어스 박사는 이어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전의 정당성과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정말로 믿었던 것 같다면서 그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홀대'를 비판했다. 그는 9.11테러 후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쏟아부은 블레어 총리를 부시 대통령이 대접한 방식에 "약간의 부끄러움과 서글픔을 느낀다"면서 "우리는 대체로 그들을 무시했고 주목하지 않았다"고 자성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별도의 질문을 받자 "처음부터 끝난 거래였다. 다 알면서(with open eyes) 시작된 일방적인 관계였다.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보답도 없었고, 상호성이라곤 없었다"고 거듭 비판을 가했다.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간의 `찰떡 공조'는 앞으로 더이상 되풀이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 그는 "두려운 것은 영국이 유럽에 다가가지도 않으면서 미국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라며 "이 점에서 런던 다리는 무너지고 있다"고 영국의 역할이 사라져가는데 경계심을 표시했다. 그의 발언을 놓고 영국에서는 두 가지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정치인은 "부시 대통령을 비굴하게 지지하는 블레어 총리에 대해 미국인이 느끼는 역겨움을 담아낸 발언"이라며 "(양국의) 특별한 관계는 다시 균형을 잡고, 재검토되고, 새로워져야 한다"고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반면 이라크전 참전을 지지했던 데니스 맥셰인 전 외무부 국무상은 "미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서 부시의 시절을 향유했던 쥐 한마디로 이제 배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 분이 만약 2-5년 전에도 이렇게 문제를 제기할 배짱을 가졌었다면 나는 그를 존경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테리 데이비슨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영 관계는 정말로 특별하다. 두 나라는 다른 유럽 및 전 세계의 동맹국들과 함께 협력하고 있다"면서 "마이어스 박사는 국무부 대표가 아닌 학자로서 말한 것이며 그의 시각이 미국 정부의 시각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의미를 두지 않았다. 김화영 기자 quintet@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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