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노동당 매관매직 사건 참고인…영 역사상 처음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14일 노동당의 매관매직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의 신문조사를 받았다. 현직 총리가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은 영국 역사상 처음이다.
블레어는 총리는 이날 오전 2시간 동안 노동당의 기업인들에 대한 귀족 작위 부여 사건에 대해 “아주 편안한” 상태에서 신문에 응했다고 보좌진이 밝혔다. 블레어 총리는 처벌을 염두에 둔 피의자가 아니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받았다. 조사를 받은 직후 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하려고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한 블레어 총리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런던 경찰은 노동당이 모두 2700만달러를 빌려준 기업인 12명한테 돈의 대가로 상원의원을 겸하는 귀족 작위를 내준 혐의를 잡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블레어 총리의 개인 정치자금 모금자이자 노동당 모금 총책임자 로드 레비는 7월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총리 대변인은 이날 “총리는 왜 (문제되는) 사람들을 추천했는지 설명했다”며 “당을 경제적으로 후원했다는 게 후보 자격에 장벽이 돼서는 안 된다”고 해명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총리실이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 사망사건 조사결과 발표일을 신문 날짜로 고른 것을 꼬집었다. 영국인들의 관심이 2년만의 조사결과 발표로 다이애나 사망사건에 쏠린 이날, 방위산업체 비에이이(BAE)의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에 대한 리베이트 제공 의혹을 조사하던 영국 중대사기범죄수사국도 “법치와 보다 넓은 공익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조사 종료를 선언했다. 이 조사 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72대의 영국 전투기 구매 취소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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