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수염 열풍’
자유·반문화 넘어 부드러움 상징…영국신사들 ‘늦바람’
‘수염을 깎지마?’
요즈음 면도를 할 때면, 자꾸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왠지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늦바람’이죠. 이미 2004년 턱수염을 기르는 게 유행이었고, 이제 익숙해졌으니까. 영국에서도 남자들이 저처럼 늦바람이 났나 봅니다. 영국 권위지 <가디언>이 13일치에서 “갑자기 온통 턱수염이다”, “턱수염에 열광하고 있다”는 기사를 썼습니다.
한국의 턱수염 바람은 김민준, 에릭, 소지섭, 이동건 등이 2003년부터 서서히 몰고왔죠. 영국에서는 <007 시리즈-카지노 로얄>의 새 제임스 본드로 등장한 영화배우 다니엘 크레이그 영향이 컸다네요. 특히 내년 말에 개봉할 영화 <황금 나침반>의 첫 촬영분이 막 공개됐는데, 그가 끝내주는 “21세기형 턱수염”까지 선보였다는군요.
“멋진 남자라면 수염을 길러보라”는 말이 맞는 걸까요? 올해 영국 최고 패션점 상을 탄 가게주인은 가디언에 “가게를 찾는 남자의 약 40%가 어떤 형태든 턱수염을 길렀다”고 말했습니다. 가디언 표현대로라면, “턱수염이 1960년대는 자유롭게 살고 사랑하는 급진적 반문화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면도기를 던져 버릴 때”라네요. “깨끗하게 면도를 한 모습은 너무 순응적”이지만,“턱수염은 왠지 산뜻한 느낌”을 주고 패션 선택의 폭도 넓혀주는 게 유행을 타는 이유라는군요. 자유로워진 직장의 규정 덕도 보고 있고요. 수염은 남성다움의 상징 아닙니까? 이제는 “오히려 부드러움의 상징”이라네요. 하지만, 여전히 턱수염을 길렀다가는 공항 등에서 의심을 받는 게 현실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저랑 같이 턱수염 한번 길어보실래요?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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