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성공회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가 이라크전쟁으로 중동 전역 기독교인의 삶이 위태롭게 됐다며 이런 일이 발생하리라는 경고를 무시한 미국과 영국 주도 연합군을 통렬히 비난했다.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는 23일자 런던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기독교인이 "서방 '십자군'의 지지자"로 여겨지지 않도록, 이들을 보호할 전략을 마련하는 데 (미국과 영국이) 실패해 이라크, 이란, 이스라엘, 터키, 이집트,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등에서 기독교인이 직면한 어려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윌리엄스 대주교는 이라크전 이전에 미국과 영국 주도 연합군이 이에 대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경고를 무시했다고 강조했다.
성탄절을 앞두고 다른 성직자들과 함께 나흘 일정으로 성지를 순례하고 있는 그는 특히 "이라크 내 기독교 인구는 두 달마다 수천 명씩 줄어들고 있으며 그들의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가운데 일부는 강제로 이주당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털어놓았다.
그는 또 이스라엘에 의해 베들레헴 등에 세워진 장벽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윌리엄스 대주교의 지적에 대해 영국 정부는 외무부 성명을 통해 "우리의 이라크 정책이 기독교인의 고통을 유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이라크 등지에서 극단주의자들이 온건파 이슬람교도 및 기독교인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런던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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