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상점에 ‘점령’…새 매장 막는 등 대책 마련
프랑스 파리의 상징 샹젤리제 거리가 외국 상점의 범람으로 ‘파리의 혼’을 잃고 있다는 비탄이 나오고 있다. 콩코드 광장에서 개선문에 이르는 2㎞의 이 거리는 7월14일 혁명기념일 축하행사가 열리는 프랑스의 얼굴이다. 특히 크리스마스 때의 장식된 모습은 관광객들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하지만 루이비통 등 고급 상점과 아디다스, 나이키 등 외국 브랜드 대형 점포들이 기존의 전통 레스토랑과 극장 등을 밀어내고 샹젤리제 거리를 점점 잠식하고 있다고 주간 <슈피겔>이 27일 전했다. 샹젤리제 거리가 마치 ‘부도 공장의 떨이장’ 같다는 인상까지 주고 있다고 이 주간지는 전했다. 실제로 파리시가 최근 영국의 컨설팅회사에 용역을 맡긴 결과, 332개의 상점 가운데 102곳이 오로지 옷만을 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 스포츠용품 점포와 옷 가게를 막지 않으면 파리의 상징은 평범한 슈퍼마켓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지금 상태라면, 쇼핑거리로 변해버린 영국 런던 옥스포드 거리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여졌다. 이 때문에 파리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파리시는 스웨덴 최대 의류판매체인 H&M의 매장 개장을 막았다. 특히 이 회사는 자그마치 2800㎡의 초 현대식 대형 매장을 계획했었다. 이에 파리시는 “H&M에 전혀 반감은 없다”며 “샹젤리제 거리가 고비를 맞고 있고, 그 혼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파리시는 “우리는 단지 우리의 문화 유산을 보호하기를 바랄 뿐이다”고 강조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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