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폴란드 등 공급원유 막아…관세 갈등 때문
에너지 문제로 러시아와 다투는 벨로루시가 독일 등으로 이어진 송유관을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에 대한 원유 수출을 중단하고 나서, 러시아와 이웃나라들의 에너지 분쟁이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벨로루시 국영 에너지회사가 독일과 폴란드, 우크라이나로 가는 송유관을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독일과 폴란드 정부는 송유관 가동 중단을 확인했다. 러시아 국영 송유관회사 트란스네프트의 세묜 바인시토크 사장은 “벨로루시 쪽이 6일 서유럽 소비자들한테만 가는 드루즈바 송유관 원유를 사전통지 없이 일방적으로 빼돌리기 시작했다”고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말했다. 그는 이날까지 원유 7만9천t이 빼돌려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벨로루시 쪽은 8일 오전부터 송유관 가동이 중단됐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의적 차단은 아니라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서시베리아산 원유를 독일·폴란드·우크라이나·슬로바키아·체코에 대는 드루즈바 송유관은 4천여㎞ 길이로, 하루 최대 120만배럴을 공급한다. 이 송유관으로 연 소비량의 20% 가량인 1억1200만t을 수입하는 독일은 비축유 덕에 당장은 문제가 없다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벨로루시는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압력에 따라 지난달 31일 천연가스 수입가격을 1천㎥당 47달러에서 100달러로 크게 올려줬다. 벨로루시는 대신 자국 영토를 지나는 러시아 원유에 t당 관세 45달러를 매기겠다고 선언하며 대립하고 있다. 옛 소련에 속했던 러시아와 벨로루시는 혈연적·역사적 동질감 때문에 그간 ‘형제국’으로 지냈지만 에너지 문제로 사이가 틀어졌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은 지난 3일 “러시아는 마지막 친구를 잃었다”고 말했다.
드루즈바 송유관 차단은 지난해 1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일을 환기시키며, 겨울을 보내고 있는 유럽의 에너지 불안감을 재발시키고 있다. 이날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러시아-벨로루시 에너지 분쟁과 석유수출국기구(오펙)의 추가감산 징후 탓에 유가는 오름세로 반전했다.
한편, 역시 옛 소련 공화국이던 아제르바이잔은 이날 러시아로의 원유 수출 중단을 발표했다고 <아에프페> 통신이 보도했다. 아제르바이잔 국영 석유회사는 지난해 원유 420만t을 러시아에 공급한 바쿠-노보로시스크 송유관을 통한 수출을 중단한다며,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공급받지 못하게 된 발전소로 원유를 돌리겠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은 1천㎥당 110달러이던 천연가스 수출가를 올해부터 235달러로 올린다고 통보했지만, 아제르바이잔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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