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만리장성서 사전에 없는 단어 사용해
지난 달 중동 방문 중 레바논 의회 내 헤즈볼라 소속 의원의 미국 강공 발언에 동의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미숙함을 드러내 여당측으로부터 '외교 역량이 부족하다'는 공격을 받았던 프랑스 사회당의 대선 후보 세골렌 루아얄이 이번에는 중국 방문 기간 프랑스어 단어를 잘못 사용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권 행보'의 일환으로 지난 6일 나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그는 당일 만리장성에 올라 '대담하고 화려함'을 뜻하는 'bravoure' 단어 대신에 사전에도 없는 'bravitude'를 사용, 코 앞에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공격거리 찾기에 여념이 없는 라이벌 정당들에게 비웃음 거리를 제공한 셈이 됐다.
루아얄은 끝없이 펼쳐진 만리장성을 바라보며 "`만리장성에 가보지 못하면 호한(의협심이 강한 장부)이 못된다(不到長城非好漢)'라는 중국 속담처럼 만리장성에 와봐야 그 '장엄함'을 알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이 같은 실수를 한 것.
그의 보좌관인 장-루이 비앙코는 이에 대해 "이는 후보가 실수한 게 아니라 일부러 신조어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스펠링 문제로 숱한 곤욕을 치른 조지 부시 대통령과 댄 퀘일 전 부통령의 예를 들며 "미국 정치인들이 대서양을 건너왔다"는 비아냥이 끊이지 않는다. 부시대통령의 말 실수중 대미는 2001년 3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과소평가하다(unerestimate)"를 "잘못 과소평가하다(misunderestimate)"로 말한 데 이어 '히스패닉' 대신 'Hispanically'(2004.9 대선 후보 수락 연설)로 발음한 것.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특히 강한 프랑스의 대권주자인 그의 언어상의 실수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 주요 부처의 최고위직 경험이 없는 그가 세계무대에서 프랑스를 대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다시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지난 연말 중동에 이어 중국을 방문한 것은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는데 두 여행 모두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비판론자들은 중동 방문시 헤즈볼라 소속 의원과 회동한 것과 이 의원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점령과 나찌의 프랑스 점령을 비교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 등을 지적했으나 루아얄은 "그런 언급은 듣지 못했다"며 예봉을 피했었다.
장-프랑수아 코페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루아얄 후보가 자신을 위한 과제에 매달리고 있는가 여부에 대해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루아얄의 대권 라이벌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의 친구인 도미니크 파이유 의원은 일간 르 몽드와의 회견에서 "루아얄 후보가 외교문제에 대해 큰 구멍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았지만 그녀가 프랑스어 구사에도 이 같은 문제가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며 '브라비튀드' 실언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반면 문화부장관을 지낸 자크 랑 의원은 "아름다운 새 단어를 만들어냈다"고 루아얄 후보를 거든 뒤 "루아얄은 정치인들이 주로 쓰는 헐뜯는 의미의 용어 대신에 사람들의 가슴에 닿는 다른 언어를 의미론적으로 만들어 쓸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파리 AP=연합뉴스) duckhw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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