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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MONDE DIPLOMATIQUE] 오해에서 비롯된 ‘푸틴 공포’

등록 2007-01-11 21:18

러시아와 벨로루시간의 석유분쟁으로 독일, 폴란드, 헝가리 등의 석유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8일 밤 석유 공급이 중단된 뒤, 헝가리 부다페스트 남쪽 29㎞ 사즈헐롬버터에 위치한 한 정유 공장의 기술자가 휴대전화를 쓰고 있다. 사즈헐롬버터/AP 연합
러시아와 벨로루시간의 석유분쟁으로 독일, 폴란드, 헝가리 등의 석유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8일 밤 석유 공급이 중단된 뒤, 헝가리 부다페스트 남쪽 29㎞ 사즈헐롬버터에 위치한 한 정유 공장의 기술자가 휴대전화를 쓰고 있다. 사즈헐롬버터/AP 연합
유럽연합과 러시아의 미래
뿌리깊은 적대감 양쪽관계 정체
에너지 문제 시장원리로만 안돼
미·중 부상속 러시아는 중요 카드

유럽연합(EU)은 러시아를 계속 옛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소련)으로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두 대륙은 ‘아름답고 훌륭한 동맹’을 반드시 맺어야 한다.

난해 11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유럽연합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은 실패로 끝났다. 유럽연합은 처음부터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자신들을 분열시킬 것’이라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다. 결국 폴란드가 거부권을 행사해, 올해 1월 끝나는 양쪽 간의 제휴협력협정(PCA) 갱신 협상을 저지했다.

제휴협력협정은 1994년 서명됐으나, 체첸전쟁으로 1997년에야 발효됐다. 이 협정은 자유무역지역의 창설 등 경제·재정·사법 분야에서 상호 접근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협정은 러시아의 경제상황, 절차의 경직성, 러시아 내부의 동요(체첸 사태, 부패, 인권 침해) 등으로 제동이 걸렸다. 특히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유럽 지도자들의 끊임 없는 불신이 협정 불이행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2003년 5월 상트페테르부르크 정상회담은 만족스러웠다. 15개 회원국은 러시아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시장경제의 지위를 부여했다.

2003년 말 상황은 바뀌었다. 유럽연합이 러시아의 인권문제와 세계무역기구 가입 등 다른 현안들을 연계한 것이다. 또 2004년 5월 유럽연합은 동유럽 국가들을 받아들여 25개국으로 확대됐다. 러시아는 이를 자국의 주변에 대한 비우호적 개입으로 해석했다.

오해의 시작은 냉전종식과 소련의 붕괴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 사람들은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라는 이중의 충격을 받아들였다. 서구모델을 채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조화롭게 맞추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양쪽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의 벽은 점점 더 두터워졌다. 러시아 사람들에게 유럽연합은 경제적으로는 거인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소인에 불과했다. 반면 러시아는 자신들이 세계강대국이라고 자부하지만, 유럽인들이 보기에는 지역의 강자일 뿐이었다.

유럽연합의 신규 가입국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쓰라린 경험을 공유한 채, 미국과 보조를 맞춤으로써 러시아와의 관계가 정체됐다. 협력은커녕 러시아를 방해하는 모든 것이 유럽에 좋은 것으로 여겨지고, 러시아인들은 최고의 적이 돼버렸다.

에너지협력은 러시아-유럽연합 관계의 애매모호함을 총체적으로 드러낸다. 유럽연합에게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수품만큼이나 중요하다. 하지만 러시아는 시장법칙에만 맡겨놓기에는 이 분야가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럽인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위기를 통해 에너지 안보에 대한 취약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지난해 11월 미국 리처드 루거 상원의원은 러시아가 ‘총 한방 쏘지 않고’ 유럽 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야말로 커다란 근심거리라고 단언했다.

유럽인들은 근거 없는 신화를 만드는 경향이 있다. 러시아와의 협력을 재개하려면 푸틴의 후계를 기다리는 게 올바르다는 식이 그것이다. 또 하나의 근거 없는 신화는, 옛 소련의 공화국들이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면 민주주의와 시장이 번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그들에게 필수불가결하고 인정된 협력자가 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유럽이 러시아의 가스를 필요로 하는 만큼, 러시아도 유럽의 자본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도 하나의 신화에 불과하다. 그것은 러시아가 에너지를 시장법칙에만 맡겨두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 에너지 소비국과 생산국 사이에 엄연히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유럽연합은 당연히 러시아를 약화시킬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의 지배력과 중국의 출현으로 영향을 받게 될 미래에, 러시아와의 협력이야말로 유럽연합이 내밀 수 있는 중요한 카드 중 하나라는 것이다.

니나 바쉬카토프/벨기에 브뤼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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