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정치그룹 구성
인종주의자 등 20명 13년만에 원내세력 결성
극단주의 기승 우려…‘영향력은 제한적’ 전망
극단주의 기승 우려…‘영향력은 제한적’ 전망
유럽의회에 13년만에 극우파 정치그룹이 출범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7개국 20명의 극우파 유럽연합 의원으로 이뤄진 ‘ITS’(정체성, 전통, 주권)는 교섭단체 성격인 정치그룹을 결성하고, 15일 시작된 유럽의회에서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극우파 정치그룹이 구성되기는 1994년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대부분 유럽연합 확대 및 이민은 물론 유럽연합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지도자들의 면면을 보면 이 그룹의 성격이 잘 나타난다. 대표를 맡은 프랑스 극우당 국민전선 브뤼노 골니쉬 의원은 유대인 대학살을 부인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대표 극우정치인 장 마리 르펜 국민전선 당수도 참여하고 있다. 또 이탈리아는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손녀 알레산드라 무솔리니 등 2명이 동참했다. 루마니아 출신 5명은 모두 인종주의 정당 출신으로 반집시 구호 등을 내세우고, 루마니아의 유럽연합 가입에도 반대했다. 이밖에 벨기에 3명, 영국·오스트리아·불가리아 각각 1명 등도 극우적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는 극단주의자가 아니다”며 “기독교와 전통적 유럽문명 및 가족의 가치 수호에 헌신하며 단일화된 관료적 초강력 유럽연합에 반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정치그룹을 형성함으로써 유럽연합 정책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부의장 및 2개 상임위 부위원장 지명권, 수정법안 제출권을 갖고 총회 발언시간도 늘어난다. 또 최고 약 12억원의 예산지원도 받는다. 과거 극우 정치그룹은 1984~94년 활동했으나, 이후 최소 5개국 20명 이상의 참여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유럽연합에 새로 가입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극우파가 참여하면서 구성에 성공했다. 이런 극우파의 등장은 유럽의 보수화 바람의 연장선에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는 16일 분석했다. 신문은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민족주의 정당과 극우정당이 각 지역·국가·유럽 의회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의원 785명 가운데 20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유럽의회 녹색그룹이 “극우 정치그룹은 유럽의회가 지향하는 가치의 정반대를 상징한다”며 “정치적으로 고립시켜야 한다”고 밝히는 등 견제도 받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는 15일 “정치그룹 형성을 위해 뭉쳤지만, 단일 목소리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유럽연합 입법부인 유럽의회는 27개 회원국 주민들의 선거로 5년마다 의원을 선출한다. 본부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고, 회의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주로 열린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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