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 득표율…유엔 위임통치 받는 코소보 독립 악영향
코소보의 지위와 관련해 관심을 모은 세르비아 총선에서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세르비아급진당이 제1당 지위를 지켰다. 유엔 특사가 다음달 초 코소보의 장래에 관한 보고서를 유엔 안보리에 낼 예정인 가운데, 세르비아의 유동적 정치 지형이 코소보를 비롯한 발칸반도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21일(현지시각) 치러진 총선 개표 결과, 세르비아급진당이 28.3%의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보리스 타디치 대통령이 이끄는 친서방 성향의 민주당은 22.6%,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총리가 이끄는 중도 성향의 세르비아민주당은 16.3%를 얻는 데 그쳤다. 세르비아 정당들은 대개 코소보 독립에 반대하고 있다. 이 중 세르비아급진당이 가장 비타협적이다.
유엔과 유럽연합은 이번 선거가 1999년부터 유엔 위임통치를 받아온 코소보의 독립에 악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며 세르비아인들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해 왔다. 세르비아급진당은 국제유고전범재판소에 기소됐다 지난해 감옥에서 숨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정권 협력자들이 주축을 이룬다. 이 당의 보이슬라브 셰셸리 총재도 전범재판에 회부돼 있다.
세르비아급진당이 1당 자리를 지켰지만, 의석 과반을 모으는 차기 집권세력의 윤곽이 잡히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03년 군소정당들과 소수연정을 구성한 코슈투니차 총리의 세르비아민주당이 이번에 3당으로 떨어지면서 ‘민주 진영’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타디치 대통령은 자신이 속한 민주당의 2당 부상에 “민주당이 총리 후보를 내겠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코슈투니차 총리는 자리를 내놓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짝짓기 결과에 따라 세르비아급진당이 집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 외교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유럽연합과 노선을 같이하는 정부가 빨리 구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유럽은 세르비아의 유럽연합 가입 협상을 카드로 발칸전쟁 전범 체포와 코소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스페인과 그리스 등 일부는 코소보의 완전분리에는 반대하고 있다.
230여만명의 인구 중 알바니아계가 80%에 가까운 코소보는 1998년 옛 유고슬라비아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하다 세르비아군의 침공을 받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세르비아 공습 이후 유엔의 위임통치를 받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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