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정치자금'이 상환 독촉 `대출금'으로
정치자금 스캔들 이후 자금줄이 막힌 영국 집권 노동당이 무려 4천200만파운드(약 773억2천700만원)의 자금난에 처해 파산 직전에 있다고 영국 데일리 메일 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올 여름 토니 블레어 총리로부터 차기 총리직을 물려받을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은 총리직과 함께 노동당의 막대한 부채도 물려받게 됐다.
재정 파탄 위기에 처한 노동당을 물려받게 되는 브라운 장관은 불가피하게 노동조합 지지자들의 후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말했다. 노동조합들은 노동당에 연간 약 800만파운드를 기부한다.
노동당은 2005년 총선 때 선거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부유한 기업가들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블레어 총리가 이 기업가들을 상원의원 후보로 지명함에 따라 "상원의원직을 대가로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급기야 런던경찰청이 조사에 나섰다.
노동당에 정치자금을 대출해줬다가 이름까지 공개되며 망신을 당한 재벌 기업가들은 속속 대출금을 돌려받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과거 정치자금 대출자들은 대출기한을 계속 연장해주며, 대출금을 영구히 회수하지 않아 정당에 아무런 재정부담을 주지 않았었다. 하지만 사실상 기부금이나 다름없던 정치자금 대출금이 진짜로 채무액이 된 것이다.
이렇게 개인 후원가들이 갚으라고 요구하는 대출금과 이자를 포함한 노동당의 부채액은 현재 2천700만 파운드를 넘는다. 이자만 따져도 연간 120만파운드가 넘는 거액이다.
당장 부동산 개발업자인 데이비드 개러드 경이 대출해준 정치자금 230만파운드는 4월이 만기고, 프라이오러티 클리닉 창업자 차이 파텔 박사가 대출해준 정치자금 150만파운드는 8월이 만기다. 두 사람은 상원의원직 후보로 지명됐다 스캔들이 불거진 후 지명이 취소됐다.
여기에 브라운 장관이 총리로 취임한 후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의 보수당에 맞서 차기 총선을 치르려면 최소한 1천500만 파운드의 선거 자금이 필요하다. 총 4천200만 파운드의 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영국 최고의 부호인 인도계 철강재벌 락시미 미탈 회장이 1주일 전쯤 자금난에 처한 노동당을 지원하기 위해 200만 파운드의 정치 후원금을 제공했지만, 당원들의 밀린 월급을 지불하는 데 탕진되고 한 푼 남지 않았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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