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북부 지역 수도원에서 소규모 모직공장을 운영하던 수녀 55명이 빚더미에 올라 앉자 수도원을 나와 집단으로 종적을 감췄다고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가 29일 보도했다.
불가리아와의 국경 지대인 시디 로카스트로의 한 수도원에서 6대의 기계를 들여놓고 10년 전부터 각종 의류를 제조, 전국 25개 체인점에 납품해온 이들은 최근 적자 누적으로 60만 유로(한화 7억3천여만원)의 빚을 갚지 못하자 단체로 줄행랑을 친 것.
수녀들의 변호사인 디오니시오스 펠레키스는 수녀들이 최소한 75만 유로에 달하는 수도원 자산을 매각해 채무를 상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수도원 측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불가피하게 피신했다고 전했다.
현재 펠레키스 변호사는 수녀들의 행방에 대해 일체 입을 다물고 있다.
아직까지 수녀들에 대한 법적 소송 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 일정 시기까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사법 당국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교회 지도부는, 이들이 유죄 판결을 받게 될 경우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수녀들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 수도원 측은 빚 상환을 위해 각종 교회 자산을 매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스에서 남성 수도사들은 최근 수년간 호화 생활이나 여행을 하거나 종교인에 걸맞지 않은 수익 사업을 하다가 발각된 적이 있으나 수녀들이 문제를 일으킨 적은 거의 없었다.
권혁창 특파원 faith@yna.co.kr (부다페스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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