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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영국서 불치병 환자의 ‘죽을 권리’ 법적 논란

등록 2007-02-13 16:19

불치병으로 심각한 만성통증에 시달리고, 조만간 죽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이 안락사를 원할 경우 의료진이 이를 들어줘야 하는 지를 놓고 영국에서 법적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12일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영국 서부 브리스톨에 사는 켈리 테일러(30)라는 여성은 "이제 그만두기로 했다"면서 변호사들에게 자신이 혼수상태와 비슷한 "깊은 진정상태"에 빠질 때까지 의사에게 진통제 투여량을 늘리도록 강제하는 명령을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의사들은 이 상태가 되면 환자의 심장과 폐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설사 살아남더라도 사망선택유언(식물인간이 되기 보다는 죽기를 원한다는 문서)의 효력이 발생해 음식이나 물을 주지 못하게 돼 신속히 사망하게 된다.

의사들은 그녀가 원하는 수준까지 모르핀 투약량을 늘리는 것은 자살을 지원하는 것과 같다는 이유로 그녀의 소원을 거절했다.

테일러 부인은 심장과 폐에 아이젠멩거 증후군(Eisenmenger's syndrome), 척추에 클리펠-피엘 증후군(Klippel-fiel syndrome)을 앓고 있다. 그녀는 아이젠멩거 증후군에 보통 쓰이는 의약품에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에 의사들은 통증을 완화해줄 약을 처방하지 못하고 있다.

선천적으로 두 종의 퇴행성 질병을 앓고 있는 테일러 부인은 "이제 그만두기로 결심했다"면서 "나는 결코 의기소침해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지만 내 병은 이제 내가 더 이상 치료하고 싶지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진료부장도 내가 또 한 해를 더 살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런 사태를 피하고 "더 이상 남의 돌봄을 받고 싶지 않으며 매일매일을 그저 넘기기만 할 바에야 세상에 남아있고 싶지 않다"는 것.


테일러 부인은 최근 결혼 10주년을 맞았다면서 남편 리처드도 "나를 사랑하고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 뜻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영국의료협회 대변인은 "협회는 테일러 부인의 상황을 동정하지만 목숨을 끊으려는 특정한 의도에서 의사에게 의식불명상태로까지 자신에게 진정제를 투여해 달라는 요청은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견해로는 의사가 자살을 돕는 행위는 불법이고 비윤리적"이라고 덧붙였다.

테일러 부인은 작년 7월 자진 안락사하기 위해 단식을 시도했지만 고통이 너무 심해 자신의 의학적 상황보다 더 품위가 없다고 판단, 19일 후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녀는 불치병 환자가 자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위스 병원 중 한 곳으로 가는 방안도 생각했으나 거절당했다. 취리히 소재 안락사지원전문병원 디그니타스에 1년간 회원으로 가입한 적도 있다.

그녀는 "비행기표를 구하는 단계까지 갔지만 너무 아파 항공기 여행을 할 수 없게 됐었다"면서 "남편 리처드가 조사받는 것도 싫고 솔직히 외국에서 죽고 싶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lh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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