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리포트
독일에 ‘어린이 대학’ 열풍이 불고 있다.
10살에서 12살까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 대학은 보통 초등학교의 방과후나 방학중에 열린다. 어린이 대학의 시작은 약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튀빙겐의 작은 지역신문 <슈베비슈에 탁블라트>의 제안을 받아들여 2002년 튀빙겐대학에서 어린이 대학을 만든 뒤 큰 반향을 일으켜 전국으로 퍼졌다. 독일에서는 현재 70개 이상의 대학에서 어린이 대학이 개설됐다.
어린이 대학의 강의는 보통 지역 대학 강의실에서 열린다. 원하는 어린이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어린이 수강생은 알록달록한 어린이 대학 학생증, 강의실 좌석 배정 도장, 대학 식당 사용허가 도장을 받으며 정식 대학생이 된 듯 우쭐해지기도 한다. 또 대학 쪽은 강의에 참가했던 어린이들에게 학기말에 강의 수료증, 또 상징적으로 어린이 대학 졸업장을 수여하기도 한다.
강의에서 다뤄지는 내용은 평소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서는 묻기 어려웠던, 근본적인 의문들이다. 강의에서는 ‘세상에는 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나뉘어 있을까?’, ‘우리는 왜 로버트보다 더 똑똑한가?’, ‘피는 왜 빨간색일까?’ 등과 같이 어른들이 보통 대답하기 난감한 주제들을 다룬다.
강의들은 항상 만원이다. 마인츠대학에서 생물 수업을 듣고 나온 나탈리(11)는 “우리 학교 생물 수업시간보다 훨씬 재미있다”며 신나했다. 어린이 대학 강의를 맡고 있는 울리히 얀센 교수는 “어릴 때 학문과 기술에 재미를 느끼고 눈을 뜨게해 미래를 이끌어갈 연구자들을 양성할 수 있다”며 “교수 입장에서도 복잡한 이론을 쉽고 명료하게 설명하는 교수법을 개발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교육전문가 요한 숄레만은 “같은 선생님이 초등학교 시절 내내 한 반 담임을 맡는 독일 교육제도를 감안하면 어린이 대학 강의와 같이 학생들에게 항상 흥미롭기만 한 수업을 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며 “보통의 생활공간을 벗어나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수업의 효과는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평가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