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추진에 경고 수위 높여
러시아가 ‘앞마당’인 체코와 폴란드에 미사일방어(엠디) 체제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대해 다시 강도 높게 경고했다.
러시아 전략미사일군 니콜라이 솔로프초프 사령관은 19일 “체코와 폴란드가 그런 단계를 밟으면, 전략미사일군은 적절한 결정이 있을 경우 이런 시설을 공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그는 1987년 소련과 미국이 맺은 중거리 핵전력협정(INF)에 따른 미사일 개발 중단을 철회하고, 신형 토폴-엠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사일은 해체됐지만 기술은 남아 있다”며 “새로운 중거리 미사일의 생산을 5~6년 또는 더 일찍 재개하는 것은 무척 쉽다”고 주장했다.
이런 격한 반응은 미국이 지난달 체코에 엠디용 레이더 기지, 폴란드에 10기의 요격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직후부터 잇따르고 있다. 특히 체코와 폴란드가 미국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러시아의 불편한 심기가 폭발했다. 미렉 토포라넥 체코 총리는 19일 야로슬라브 카친스키 폴란드 총리를 만난 뒤 “미국의 제안에 긍정적인 답변을 주기로 합의했다”며 “미사일방어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공동의 이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은 이 시스템이 이란 등을 겨냥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며 보복조처를 선언했다. 러시아군 참모총장도 최근 미국이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87년 맺은 중거리 핵전력협정을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은 이 문제와 관련 러시아와 공식 대화를 시작하기로 제안한 상태라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20일 전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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