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미사일 구축은 이란 겨냥”
미국이 미사일방어(엠디) 체제 구축 문제로 불편한 관계에 놓인 러시아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갈등의 원인이 된 체코와 폴란드의 엠디 체제 구축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스티븐 해들리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2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이고르 이바노프 국가안보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엠디 체제는 러시아가 아니라 이란 등 다른 불량 국가를 겨냥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동유럽 엠디 체제는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며 미국을 맹비난한 데 대해서도, 해들리 보좌관은 “갈등을 불러일으킬 의도가 있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화해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 러시아에 유화적 자세를 보이기 위해 해들리 보좌관을 파견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헨리 오버링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장도 기자회견에서 “동유럽 엠디 체제는 러시아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속도나 수적으로 적수가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폴란드와 체코 이외의 다른 유럽 지역으로 엠디 체제를 확대할 계획도 없다고 덧붙였다. 하루 앞서, 베를린을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동유럽 엠디 체제가 러시아를 겨냥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국은 2013년까지 체코에 엠디용 레이더 기지를, 폴란드에 10기의 요격미사일을 각각 배치하는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2011년까지는 요격 미사일 가운데 최소한 1기를 설치하고, 2013년까지 10기의 배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22일 “대량살상무기 확대가 세계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며 비판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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